"1976년인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2000년도 한국에 대한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그 보고서는 5년도 못 갔다. 지금 정치 상황과 당시 상황은 수세적 정부라는 공통점이 있다."

1일 강단에 다시 선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경제학연습2' 과목 첫 수업에서 정부가 최근 발표한 '비전2030' 효용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 전 총장은 이날 서울대 멀티미디어동 202호에서 가진 강의에서 정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비전 2030' 정책과제에 대해 "그때도 무엇인가 보여주려고 보고서를 낸 것"이라며 "보고서를 보지 않아서 뭐라고 평가할 수 없지만 내 생각은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비전 2030'이라고 해서 20대와 30대에 대한 프로젝트인 줄 알았다"며 학생들의 웃음을 유도한 뒤 "현재 정부 사업을 추진하려면 국채 발행 밖에 없다"며 "아직 정부 빛은 경제 규모에 비해 대단히 적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학생들에게 "대학을 졸업할 때가 되면 경제학이 무엇인지 맞건 틀리건 한 마디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사회 이슈에 대해서도 엉터리라도 자기 입장을 얘기하고 이를 뒷받침할만한 논리를 전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서울대를 1등으로 입학하고 졸업했다고 해서 반드시 다 잘되는 것은 아니고 서울대 교수 중 30% 이상이 아마 재수 경험이 있을 것"이라며 "황우석 전 교수나 황라열 전 총학생회장처럼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의에는 애초 수강 정원인 15명 외에 40여명의 학생이 추가로 몰려 수강 인원을 늘려 줄 것을 요청했고 자리가 부족해 학생 20여명은 강의실 뒤에 서서 1시간 20여분간 수업을 해야 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