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주재 한국대사관이 교민을 명예훼손 혐의로 현지 경찰에 고소하는 보기드문 일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한국대사관과 교민들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1일 외교통상부와 몽골 교민 등에 따르면 몽골 주재 한국대사관은 지난 7월 박모 영사 명의로 몽골 한인회 간부 K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몽골 경찰에 고소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대사관이 교민을 현지 경찰에 고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K씨가 대사관이 공금을 횡령했다는 등의 허위 사실을 유포해 어쩔수 없이 고소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인회 등 몽골 교민들은 대사관이 평소 '쓴소리'를 해온 K씨를 지목,사법처리를 요구한 것은 자국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 시내의 일명 '한국 공원' 때문에 불거졌다.

몽골 정부가 몽골에서 의료 활동을 한 공로로 최고훈장을 수여한 연세의료원 출신 의사 이태준씨를 기념하기 위해 2000년 연세의료원에 기증한 2000여평 규모의 공원이다.

관리 문제로 고민하던 연세의료원으로부터 공원소유권을 넘겨받은 한인회는 몽골 정부가 공원을 회수하려 들자 대사관에 보호를 요청했다.

대사관은 때마침 노무현 대통령의 몽골 방문 코스에 포함된 이 공원에 대해 지난 4월 보수공사에 들어갔고 이 과정에서 한인회와 정면으로 부딪쳤다.

대사관이 공원을 정비하면서 자금을 불투명하게 운용한 의혹이 불거진 데다 몽골의 전통을 무시했기 때문.

대사관은 쓰레기통(4개 100만원),국기게양대(2개 120만원)를 설치하는 등 총 790만원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인회는 몽골의 평균 임금 수준(월 10만∼20만원)에 비해 비용이 과다하다며 공사비 사용 내역에 의문을 제기했다.

대사관은 또 기존 경비실을 없애고 몽골의 전통 텐트(게르)를 세웠다.

이에 대해 한인회는 몽골에선 금기사항인 북쪽에 문을 만들어 몽골인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주 몽골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K씨가 대사관이 공원을 정비하면서 공사비를 유용했다는 소문을 교민사회에 퍼뜨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K씨는 "대사관이 한인회가 해명을 요구한 공문에 대해 회신도 하지 않고 교민신문에 공사 내역을 공개하는 등 철저히 한인회를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문권·정지영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