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통업계에 '차이나 워(war)'가 터졌다.

월마트 까르푸등 대형업체들에 이어 토이저러스(Toys-R-Us) 이케아 등 전문유통업체는 물론 페라가모 조지오아르마니 등 해외 명품업체들까지 중국 유통시장에 물밀듯이 입성중이다.

독자 진출이 늘고 중국 토종업체를 인수하는 등 과거에 비해 더욱 공격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

◆ 울려 퍼지는 선전포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1일 중국이 소매시장을 전면 개방한 첫해인 지난 한햇동안에만 1000개가 넘는 외국 회사가 독자로 도소매업을 하겠다며 인허가 신청을 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2004년 말부터 외국 기업이 중국 유통시장에 합작을 하지 않고도 진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 현재 진출한 외국 유통업체는 2년 전(314개사)의 세 배가 넘어 1000개를 웃돌고 있다.

미국 최대 가전전문 소매업체인 베스트바이는 올해 중 상하이에 첫 번째 매장을 낼 계획이다.

어린이 장난감 전문판매 유통체인인 토이저러스는 오는 12월 상하이의 슈퍼브랜드 몰에 1호점을 연다.

중국에서 개혁개방 초기에 비해 일정 규모에 달하는 토종 유통업체가 늘면서 이들을 인수해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려는 외국업체도 늘고 있다.

베스트바이는 지난 5월 현지 가전 소매업체인 우싱전기 지분 50%를 1억8000만달러를 주고 사들였다.

가정용 건축자재 회사인 홈데포는 중국 가정용 가구업체인 오리엔트 홈이나 톈진의 소매업체인 홈웨이의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미 진출한 외국 유통업체들도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 이마트는 현재 7개인 매장을 2010년까지 50개로 늘리기로 했다.

내년 초 베이징에 입성할 계획이다.

스웨덴의 가구전문업체인 이케아 역시 현재 4개인 매장을 10개 이상으로 확대키로 했다.

까르푸는 일부 매장을 합작법인에서 독자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 토종업체의 반격

중국의 토종 유통업체들은 덩치를 키우는 대응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가전 전문 유통업체인 궈메이가 지난달 경쟁업체인 용러를 인수해 덩치를 두 배로 키운 것이나 식품유통업체인 우마트가 베이징메리마트를 사들인 게 대표적이다.

또 가전 유통업체인 따중도 쑤닝과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이다.

중국 정부도 토종 편에 서고 있다.

중국 정부가 검토 중인 대형 쇼핑몰 건립 규제안이 시행되면 월마트,까르푸 등 상대적으로 대형 매장을 운영하는 외국 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하지만 외국 기업들의 잇단 진출은 중국 유통업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망했다.

베이징의 쇼핑몰인 진위앤은 1만5000달러의 이탈리아제 가죽 소파를 팔고 있지만 화장실 바닥은 더러운 물이 늘 고여 있다.

중국 유통업의 낙후된 수준을 보여준다.

중국은 특히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쇼핑몰을 일부 갖고 있지만 수익을 내는 곳은 10%에 불과하다.

외국 업체의 진출로 중국 유통시장은 마치 정글처럼 변할 것이며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통업체 간의 서바이벌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