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도를 보면 플로리다주 밑에 개미 만한 작은 섬들이 대서양과 멕시코 만을 끼고 있다.

40여개 다리로 연결된 240km를 달리다 보면 세계적인 문호 헤밍웨이가 살았던 아름다운 섬,키웨스트에 닿는다.

미국 최남단 세계적인 관광 휴양지….

그곳의 색다른 볼거리는 공동묘지 묘비에 새겨진 짧은 글귀들이다. 그 중에서도 어느 여인의 묘비에 적힌 문구가 여행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I told you I was sick(내가 아프다고 말했잖아요)'

생전에 남편과 커뮤니케이션이 안 돼 가슴 아파했던 아내의 한 서린 묘비란다. 이제 이런 묘비명을 쓸 아내는 없다.

여성의 반란(?)이 시작된 지 오래되었다. 섹스 불만을 숙명으로 받아들였던 여성들의 성 의식이 깨어났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한국이 압도적이다. 한국의 결혼 대비 이혼율은 미국과 스웨덴에 이어 세계 3위다.

여성은 중년에 접어들면서 잃어버린 2030의 밤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이 대담해지고 있는데 중년 남성들은 발기부전 조루 왜소음경 등으로 콤플렉스만 키우고 있으니 황혼 이혼이 급증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기죽은 남편은 자신이 없어 기피하고 아내는 신통찮은 남편과의 관계에 흥미를 잃어버렸다. 그 결과 관계를 갖지 않는 '섹스리스' 부부가 늘고 있다. 한국성과학연구소가 최근 기혼 여성들을 조사한 결과 한 달에 한 번도 할까 말까한 '섹스리스'들이 28%나 되었다. 성생활 불만족의 이유로는 '항상 똑같고 새로운 것이 없다''성격이 맞지 않아 섹스도 하고 싶지 않다''현재의 남편으론 만족을 못 한다''남편이 너무 빨리 끝나 버린다''관계를 하기 전에 애무도 없고 자기중심적이다'의 순이었다.

이 조사에서 '주체할 수 없는 성 충동을 느낄 때만 어쩔 수 없이 남편과 잠자리를 갖는다'는 답변이 무려 60.4%나 되었다. 이쯤 되면 섹스는 행복은커녕 질곡이다. 이렇다 보니 '자위로 푼다'고 한 아내들이 22.6%나 됐고 '다른 사랑을 통해 해소한다'는 답변도 놀랍게도 9.3%에 달했다.

이 시대에 부부 관계는 예전처럼 단지 '밤일'이 아니다. 결혼 생활의 핵심 요소가 되었다. 이 조사에서 남편과의 성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여성의 절반이 '결혼생활 자체가 불행하다'고 대답하고 있다. '섹스리스' 여성 3명 중 1명이 '이혼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밝히고 있을 정도로 행복한 성은 결혼 생활의 척도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인 데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 중년 남편들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구닥다리 남성들은 섹스를 수단으로 생각한다. 이들에게 섹스는 2세를 갖는 수단이요 자신의 욕구배설 수단일 뿐이다.

구닥다리들이여,영어만 배울 게 아니다. 영국에서 꼭 배울 게 있다. 최근 영국의 성의학회 조사에 따르면 성형 수술에서 남성의 성 분야(조루,왜소,발기부전 치료를 위한 성형)가 여성의 미용 성형(유방 확대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영국 남자들은 성 기능에 문제가 있을 경우 솔직히 드러내 놓고 근원 치료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어떤가. 심인성으로 여기고 병원을 기피하기 일쑤다. 내심 위기를 느끼고 있다면 아직 희망은 있다.

자,이제 이렇게 해 보세요.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심정으로 작은 발걸음을 내디뎌 보세요.(위기도 못 느끼는 박제품들은 포기합니다. 이런 부류들은 섹스 이전에 '아내를 배려해야 한다'는 인간 관계의 기본이 안 돼 있기 때문에 이혼당해야 마땅합니다)

몸이 말을 듣지 않으면 말부터 시작해 보세요. 자존심이 상해 차마 못 했던 조루 얘기를 해 보세요. 도저히 입이 안 떨어지거든 불을 끄고 하시든지,진솔한 얘기를 하다 보면 실마리는 풀립니다.

중년 남편들에게 고합니다. 국제 공항 여객기가 마냥 기다리지 않듯이 요즘 중년 아내들은 예전처럼 끝까지 못 기다립니다.

이미 당신의 아내도 속으로 'last call(라스트콜)'을 카운트 다운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I told you I wanted…(내가 하고 싶다고 말했잖아요)" 당장 내일 이런 말을 남기고 떠날지도 모릅니다. 서둘러야 합니다.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 대표 sexeducat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