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鍾雨 < 서울대 교수·통계학 >

오늘은 통계의 날이다.

믿을 만한 통계를 생산하는 일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지만 공(功)보다는 흠을 찾기 쉬운 일이다.

특히 정부통계는 국가를 올바로 운영하고, 발전방향을 찾아서 알맞은 정책을 세우는 데 필수적인 기본정보로 활용되고 있다.

정부의 중요한 정책 결정 역시 대부분 통계자료에 기초하여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통계의 부실이나 왜곡(歪曲)은 곧바로 국가정책의 왜곡으로 이어져 국민생활 전반에 걸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때문에 사회현상을 객관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통계 작성은 시대적 요구가 되었다.

지난 8월25일 처음으로 공개된 전국 아파트 실거래값 자료는 통계적 왜곡이 얼마나 사회적 파장을 가져오는지를 잘 보여준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자료의 요지는 "서울 강남 3개구 아파트의 평균가격이 석 달 새 14.4% 떨어졌다"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 당국자뿐만 아니라 자고 나면 오르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고민하던 보통 서민들에게 강남 3개구 아파트 평균가격이 14.4% 하락하였다는 보도는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귀에 솔깃한 이 보도내용에 통계가 어떻게 작성되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담겨있지 않았다.

대개 사람들은 숫자는 과학적이고 어떤 편견(偏見)도 없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통계수치로 표현된 보도에 대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국가기관에서 만든 소수점을 포함한 백분율로 표시된 통계수치는 그 통계가 어떻게 생성되었고, 무슨 의미가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도 않고 믿기 쉽다.

그런데 구체적인 건교부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14.4%라는 통계수치는 3월에 거래된 아파트의 실거래가 평균과 6월에 거래된 또 다른 아파트 실거래가 평균의 등락률로 구했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구한 등락률이라면 현실을 제대로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

두 시점에서 서로 다른 아파트에 대한 실거래 가격을 비교하여 등락률을 구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건교부는 "평균가격의 흐름만 보여줬을 뿐 강남 아파트 값이 하락했다고 한 적 없다"라고 해명(解明)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지난 며칠 동안 각종 일간지와 방송은 아파트 값이 석 달 새 14.4% 하락하였다고 대서특필하면서 각종 분석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언론보도에 앞서 통계 수치가 의미하는 바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아쉬웠던 대목이다.

통계가 의미 있는 것은 해당 통계가 현상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 때이다.

일찍이 공상과학 소설가로 유명한 영국의 웰스(H G Wells,1866~1946)는 "언젠가 통계를 이해하는 능력이 읽기나 쓰기 능력과 마찬가지로 유능한 시민이 꼭 알아두어야 할 필수지식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그만큼 통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방송이나 신문지상에 보도되고 있는 많은 정보가 통계에 기초하고 있다.

숫자는 과학적이기 때문에 믿을 만하며 어떤 편견이나 숨은 저의도 없다고 생각하면 대단히 위험할 수 있다.

때로는 통계도 거짓말을 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통계를 작성한 사람들이 제대로 통계를 만들었어도 이용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서 언제든지 오용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일을 정부통계의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고, 국민들도 통계를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소양(素養)을 키워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통계청이 추진하고 있는 국가통계품질진단사업은 많은 기대를 걸게 한다.

이 사업의 목적이 정부통계를 생산하고 공표하는 일련의 절차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점검하고 진단하여 정부통계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통계는 국가나 기업의 중요한 정책결정에 필수적인 기초 자료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의 일상생활 속에서도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정보로 활용되고 있다.

통계는 우리 사회의 소프트 인프라인 셈이다.

/한국통계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