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29.토튼햄 핫스퍼)의 이탈리아 프로축구 1부리그(세리에A) AS 로마 이적이 성사 직전 무산돼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이영표의 에이전트사인 ㈜지쎈은 30일 오후 이탈리아 현지 협상과정을 전하면서 "계약이 성사 단계까지 갔지만 선수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최종 사인이 이뤄지지 못했다"고만 소식을 전해왔다.

이 회사의 김동국 대표는 이영표의 소속 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튼햄과 AS 로마 두 구단이 이적에 합의한 상태에서 현지로 날아가 연봉과 옵션 조항 등 세부 조건을 조율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적 무산은 협상과정의 이견이 아니라 이영표 본인의 '이탈리아행 거부'가 결정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에이전트사가 설명한 '개인사정'에는 쉽게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 있다.

앞서 로마 일간지 '일 로마니스타'는 한 라디오 방송을 인용해 이영표가 종교적 성향 차이로 AS 로마로 이적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이영표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이고 이탈리아는 가톨릭 국가다.

이에 대해 지쎈은 "종교문제 때문은 아니다"는 답을 내놓았다.

시즌 개막 이후 팀을 옮기게 될 경우 현지 적응 문제가 걸리고 가족과 주변의 만류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해외 진출 5년째를 맞는 이영표는 유럽 생활에 상당히 적응된 상태라 갑작스런 이적으로 인한 환경변화를 감내하기 어려웠다는 건 뭔가 부족한 설명처럼 들린다.

이영표가 지난 해 PSV 에인트호벤(네덜란드)에서 토튼햄으로 이적한 것도 이맘 때인 8월27일이었다.

연봉 등 '대우' 문제가 걸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AS 로마를 비롯해 이탈리아 구단들은 프리미어리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정적인 형편이 떨어진다는 평을 들어왔다.

AS 로마는 이집트 스트라이커 호삼 아메드 미도를 토튼햄에 팔았지만 이에 필적할 만한 선수를 데려오진 못했다.

'설(說)'은 많았지만 실제로 성사된 이적 건은 별로 없었다.

이영표와 포지션이 겹치는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수비수 레안드로 쿠프레(28)의 진로도 변수로 작용했을 수 있다.

쿠프레는 현금 트레이드로 프랑스리그 AS 모나코에 이적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까지 이와 관련해 확인된 뉴스는 나오지 않고 있다.

따라서 AS 로마가 쿠프레를 잔류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을 수도 있다.

모든 궁금증은 2기 베어벡호 소집에 응하기 위해 31일 오후 귀국하는 이영표의 입을 통해서만 풀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선수가 개인적인 사정을 들어 이적을 거부했다면 본인의 설명 외에는 명쾌한 답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