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득 한국노총위원장이 정부의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방안(노사로드맵)에 대한 입법예고 방침에 반발해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노동기구(ILO) 아시아·태평양지역 총회에서 돌연 철수를 선언,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노사로드맵에 대한 노사정 대표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9월 초께 단독으로 입법예고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이는 노동계도 이미 알고 있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이 위원장이 이를 핑계 삼아 대회를 보이콧한 것을 놓고 노동계 안팎에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위원장은 30일 기자회견에서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노사로드맵을 단독으로 처리키로 한 것은 노동계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행위"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러 차례 열린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금지,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선 노사간 입장 차이가 워낙 커 대화로 풀 수 없다는 점을 이미 확인한 상태다.

노사정 대표들은 9월 초께 노사로드맵에 대한 입법예고를 한 뒤 대화를 지속해 나가자는 데 암묵적으로 동의한 상태다.

따라서 이 위원장이 "정부의 비상식적인 행위를 규탄하고 이를 알릴 수밖에 없어 철수를 결정했다"는 얘기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위원장은 정부의 해외투자유치단과 함께 뉴욕에 나가 외국의 투자자들에게 "한국에 투자해라.파업은 걱정 안 해도 좋다"고 말하며 성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었다.

이 위원장의 이 같은 결정을 놓고 노동 전문가들은 이 위원장이 향후 노사로드맵 논의에서 좀 더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려는 협상전략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선 한국노총이 노사정실무회의에서 제안한 영국식 time-off(근로시간면제) 제도에 대한 조직 내부의 반발이 거세자 이를 무마하기 위한 제스처로 해석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결국 정부를 압박하면서 조직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상수 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단과의 조찬 간담회에서 "노동계가 환경이나 안전 분야 등 직무에 따라 노조 전임자를 인정하는 방안과 필수공익사업장의 직권중재를 폐지하되 필수공익사업장에 대해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최소 업무를 유지토록 하는 방안 등을 제시해 노사정이 논의를 하고 있다"며 로드맵 논의 내용을 일부 소개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