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도 명절 때면 프라이팬 앞에 앉아 전을 부치세요?"

이승신 소비자보호원장(51)은 매월 하루를 '혁신 데이'로 정해 직원들과 다과를 곁들인 간담회를 갖는다.

지난달 여직원회와 함께 한 자리에서 분쟁조정국에 근무하는 한 여직원이 이 원장에게 던진 질문이다.

그의 대답은 "당연하지!".

지난 2004년 9월 공모를 통해 소보원 최초의 여성 원장으로 취임해 내달 2주년을 맞는 이 원장은 '두 집 살림'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하루 종일 소보원 살림을 돌보다가,저녁 9시쯤 퇴근하면 또 남편과 아이들을 챙겨야 했거든요. 처음 소보원장 되고 나서 반찬 수가 줄었다고 아이들 불평이 대단했지요."

가족들의 식사가 부실해진 대신 소보원 분위기는 한결 밝아졌다.

이 원장이 여성 특유의 '스킨십 경영'으로 보수적인 공기업 스타일의 조직문화를 크게 바꿨기 때문.1990년대 이후 한 번도 열지 않았던 '전직원 체육대회'를 해마다 열고,한 달에 한 번씩 소모임 단위로 원장실에서 다과회도 가졌다.

분기마다 1박2일씩 부서 단위 워크숍을 가도록 하고,원장이 직접 참석해 폭탄주를 돌리기도 했다.

"제가 처음 왔을 땐 직원들이 엘리베이터도 같이 타지 않으려 했지만,지금은 누구라도 원장실에 서슴없이 들어와 개인적인 고민까지 털어놓고 갈 만큼 많이 바뀌었죠."

이처럼 '어머니'의 마음으로 직원들을 어루만지자 소보원의 대국민 서비스 질도 높아졌다.

정부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5년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소보원은 71.5점을 받아 5위를 차지했다.

특히 '고객 만족을 위한 노력 지표' 부문에서는 점수가 무려 25점이나 올랐다.

2007년 창립 20주년을 맞는 소보원은 그 위상에도 큰 변화가 생기게 됐다.

29일 '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내년 3월부터 간판을 '한국소비자원'으로 바꿔 달고 상급기관도 재정경제부에서 공정거래위원회로 바뀌게 된 것.이 원장은 "그동안 소보원의 권한이 '권고' 수준으로 그쳐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 업체에 대한 제재에 한계가 있었다"며 "조사권과 제재 권한을 가진 공정위와 힘을 합치면 소비자 보호업무에 큰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위상 강화를 기업들이 달가워하지 않으리란 지적에 대해 그는 "소보원이 무조건 소비자를 편들고 기업을 혼내주는 기관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소비자들은 세계 그 어느 나라 사람보다도 적극적이고 서비스 기대 수준이 높습니다. 그러다보니 종종 지나친 '소비자 행동주의'로 억울한 피해를 입는 기업도 나오는 것 같아요."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서 선량한 중재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소보원의 임무라고 이 원장은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