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규모의 여행수지 적자로 지난 7월 중 경상 수지가 3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서 올해 경상 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세계 경기 둔화로 수출 증가세가 꺾이면 경상수지 적자 기조가 굳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중 국제수지 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경상 수지는 2억1000만달러 적자였다.

자동차 노사 분규 등으로 수출 흑자폭이 17억9990만달러로 전월(27억1450만달러)보다 줄어든 가운데 원화 강세(환율 하락)에 따른 해외여행 급증으로 서비스 수지가 17억4390만달러 적자를 기록,전달(11억7870만달러)보다 늘어났기 때문이다.


○해외여행.유학.연수비 급증

올 들어 7월까지 누적 서비스수지 적자는 106억1900만달러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37.8% 늘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연말까지 서비스수지 적자는 18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수지 적자가 늘어난 것은 해외 여행과 유학·연수가 급격히 증가한 탓이다.

해외 여행과 유학·연수를 합친 여행수지 대외지급액은 7월 중 16억5840만달러로 월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쓴 돈(4억2260만달러)을 뺀 여행수지 적자는 12억3580만달러였다.

이에 따라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여행수지 누적 적자는 70억2910만달러에 달했다.

문제는 여행수지 적자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여름방학 특수(特需)가 있는 8월에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여행 적자가 예상된다.

10월 추석 연휴를 해외에서 보내려는 사람들이 많아 올해 서비스 수지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여행 수지가 급증하는 데는 원화환율 하락으로 해외여행 경비 부담이 줄어든 데다 소비패턴 변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환율 하락으로 해외여행 경비가 2~3년 사이 30% 정도 싸졌다"며 "여기에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소비패턴 변화로 해외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고 자녀 영어교육 수요도 급증해 여행 수지가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 커져

여행 수지를 포함한 서비스 수지가 올 들어 7월까지 100억달러 이상 적자를 내면서 올해 경상 수지에 빨간 불이 켜졌다.

경상 수지는 지난 5월 13억6000만달러 흑자,6월 11억달러 흑자를 내면서 흑자 기조로 전환되는 듯했다.

그러나 해외여행 성수기인 7월 적자로 반전했다.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99억3000만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낸 것과 비교하면 올 들어 7월까지의 경상수지(6억4000만달러 적자)는 100억달러 이상 축소된 것이다.

상품 수출을 통해 번 돈으로 서비스수지 적자를 메우기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특히 환율 하락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와 세계 경기 둔화로 수출을 늘려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고유가에 따른 수입금액 증가 등으로 상품수지 흑자폭은 계속 줄어들 전망이다.

실제로 올 들어 7월까지 상품수지 흑자는 144억4000만달러로 작년(209억6000만달러)에 비해 60억달러 이상 줄었다.

2004년 376억달러에 달했던 상품수지 흑자는 지난해 335억달러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는 200억달러대로 축소될 전망이다.

이 같은 정황을 감안해 일부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올해와 내년 모두 경상 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