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펀드'의 대한화섬 공격에 대해 일각에선 '계란으로 바위치기'란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양측 간 다툼은 예상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대한화섬 최대주주와 장하성 펀드 보유지분이 72% 대 5% 정도로 현격한 차이가 나지만 내년 초 예정된 대한화섬 감사 2명의 선임 과정에서는 대주주측과 박빙의 표대결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장하성 펀드가 대한화섬 감사 자리를 따낼 경우 회사측 경영에도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돼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한화섬 감사 2명(이재인 유석기 감사)의 임기가 내년 초 만료돼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선임을 앞두고 있다. 사외이사 등 다른 이사 선임에서는 지분 5%의 펀드가 70% 이상의 대주주를 이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감사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현행 증권거래법(제191조 11항)에 따르면 감사의 선임과 해임시 대주주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의결권있는 주식의 3%를 초과하면 초과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돼있다.

이 조항은 감사가 대주주와 경영진을 견제해야 하는 자리임을 감안해 만들어졌다.

따라서 대한화섬측 대주주는 현 지분율이 71.88%에 달하더라도 감사 재선임에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물론 5.15%의 지분을 가진 장하성 펀드도 상법에 따라 의결권이 3%로 제한돼 대한화섬 대주주측과 동일하다. 따라서 내년 초 대한화섬 감사 재선임에서는 22.97%의 지분을 가진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하성 펀드가 최근 5% 정도의 낮은 지분율에도 불구하고 태광산업 지배구조 개편에 자신감을 비춘 것도 감사 선임건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태광 관계자는 "장하성 펀드측이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나 감사 등 선임을 시도하겠지만 대한화섬 지분 관계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화섬 주가는 장하성 펀드 효과로 연일 급등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이날도 5일째 상한가 행진을 지속해 13만1000원으로 마감되면서 11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모회사인 태광산업 주가도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82만2000원으로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대한화섬 영향으로 대한방직 대한유화 대한제당 대한제분 등 회사이름에 '대한'이 붙은 상장사들도 이날 동반 초강세를 연출했다. 이들 '대한'주는 공교롭게도 모두 자산주라는 공통점이 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