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도박게임에 활용된 경품용 상품권을 둘러싼 정·관계 로비의혹을 조사 중인 검찰과 경찰은 28일 상품권 공급업자를 구속하는 등 수사 고삐를 바짝 당겼다.

검찰은 상품권과 관련된 기업대표들과 대주주들에 대해 출국금지를 내린데 이어 금주중 주요 관련자들을 소환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보증보험이 문화관광부의 협조 요청을 받고 사행성 게임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경품용 상품권 발행사들에게 수천억원대의 지급보증을 해 준 것으로 드러나 이 부분에 대한 검찰 조사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 상품권 공급업자 첫 구속

검·경은 사행성 도박행위를 조장하는 상품권 관련 범죄에 대해 파상공세에 나섰다.

대구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는 28일 바다이야기 등 성인오락실에 상품권을 판매한 혐의로 유모씨(32)를 구속했다.

상품권 공급업자가 사행행위 조장 등의 혐의로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씨는 지난 3월 중순부터 지난달 말까지 바다이야기를 포함,대구 시내 10여곳의 사행성 게임장에 상품권을 팔아 법적한도 이상의 시상금이 지급되는 불법 오락실 영업에 사용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불법 '딱지상품권'을 대규모로 발행해 유통시킨 업자도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날 미지정 경품용 상품권 1000만장을 제조해 전국의 성인오락실에 유통시킨 혐의로 상품권 제조업체 G사 대표 김모씨(52)와 영업이사 소모씨(50)를 불구속 입건했다.

◆ 부실한 상품권 발행 시스템

경품용 상품권 발행 시스템의 허점도 잇따라 밝혀지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측은 경품용 상품권 발행사에 대한 지급보증과 관련,"공적자금이 투입된 사실상 공기업이라는 특성상 문광부의 협조요청 공문을 받은 후 지급보증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재무제표'와 '미래 수익가능성'을 중시한다는 자체 보증기준에서 벗어나 자본잠식상태였던 6곳의 상품권 업체들에 보증을 해준 데에는 문광부의 요청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보증보험은 또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상품권 인증제를 도입하기 전부터 전국의 1만여개 성인오락실에서 상품권이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는 등 상품권 사업의 사행성이 짙다는 점을 인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해피머니아이엔씨 등 일부 업체가 서울보증보험에서 지급보증을 받기 전 발행업체로 지정됐거나 이미 자본잠식 상태여서 단기간 보증금을 납입할만한 여력이 없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자본 잠식된 6개 업체가 보증을 받은 과정에 이들 업체의 로비나 이른바 '급행료'의 지급,배후 세력의 청탁이 있었는지도 밝힐 방침이다.

◆ 관련자 소환준비 본격화

검찰은 이날 상품권 발행업체와 대표,업체측으로부터 청탁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브로커의 자택 등 4~5곳을 추가로 압수 수색해 회계 장부와 통장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한편 영등위와 한국게임산업개발원,서울보증 등 관계기관 관련자 10여명을 추가로 출국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게임산업개발원과 씨큐텍 등 상품권 발행 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사전 조사를 벌인데 이어 청와대가 수사의뢰한 전 청와대 행정관 권모씨를 이르면 이번주 중으로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또 지난해 3월 경품권 상품용 인증제 도입 뒤 22개 업체들이 인증을 받았다가 한꺼번에 취소되는 과정에서 정치권 배후와 실세를 거론하며 업체마다 브로커 연락이 줄을 이었다는 의혹과 관련,브로커 이모씨를 비롯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한컴산)의 전 간부와 이 단체 임원을 겸했던 상품권 업체 대표 등에 대한 계좌추적에 나섰다.

검찰은 이번주 후반쯤엔 출국금지된 우종식 게임산업개발원장과 홍석규·이재웅씨 등 상품권 발행 업체 대주주들에 대한 본격적인 소환 조사도 벌일 계획이다.

김동욱·김현예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