羅城麟 <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중 무얼 잘못했는지 모르겠다고 해서 국민을 아연실색케 했지만,뒤늦게 자신들이 무언가 잘못했다는 것을 눈치 챈 여당마저 아직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확실히 모르는 것 같아 답답하다.

극심한 국론분열,잘못된 인사정책,나라의 좌편향화 등 참여정부가 잘못한 것들을 열거(列擧)하라면 끝이 없지만 이들이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은 성장잠재력 파괴와 그로 인한 대한민국의 선진국 진입 가능성의 훼손이다.

이들은 우리 경제가 매년 3∼5% 성장하면 2030년 정도에 선진국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것은 그야말로 착각이다.

그런 산술적 계산으로라면 왜 남미국가들과 필리핀이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싱가포르와 홍콩이 아직 선진국이 되지 못했겠는가.

그리고 기업투자의 부진과 기업가정신의 약화로 인한 기술개발과 기업의 잠재경쟁력 약화,교육 하향평준화로 인한 인적경쟁력의 약화,부자와 엘리트에 대한 증오로 인한 저축과 자본축적 의지의 약화,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재정적자의 심화 등으로 인해 잠재성장률이 추락함으로써 앞으로 매년 3∼5%의 성장을 한다는 보장도 없다.

참여정부가 저지른 또 다른 큰 잘못은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경제침체를 초래(招來)하여 그들이 돕겠다고 큰소리치던 서민빈곤층의 생활을 더 어렵게 하고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킨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그들이 시장을 너무 몰랐고,무한경쟁 시대의 국제사회를 너무 몰랐고,우리 자신의 능력을 너무 몰랐고,소외계층을 '실질적으로' 돕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의 견인차인 재벌과 상류층에 대한 증오를 부추겨 투자와 소비를 죽이고,성급하고 불필요하게 강력한 부동산대책으로 건설경기를 죽여 경제를 침체시킴으로써 일자리를 줄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는 것이 경제정의를 구현하는 방법이 아니다.

한편으론 경제를 죽이면서 적자재정과 국가부채의 증가를 통해 사회복지비를 증가시키는 것은 빈곤을 척결하고 서민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키는 방법이 아닌 것이다.

이렇듯 경제를 모르는 사람들이 최근 2030년까지 1600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복지국가를 만들겠다는 '비전 2030'계획을 만들었다고 한다.

바로 눈앞의 경제문제와 서민복지문제도 해결 못하면서,단지 몇 년간의 국가운영능력에 대해서 이미 실격판정을 받았으면서 어떻게 감히 20년 후의 계획(計劃)을 이야기하려 하는가.

막대한 비용이 들 이러한 계획은 다음 정부로 넘기고 눈앞의 경제난이나 제대로 해결하는 것이 이미 실격판정이 난 정부의 최소한의 도리이다.

열린우리당은 최근 기업투자와 규제완화를 맞바꾸는 뉴딜정책을 내세워 경제를 살리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사학의 경쟁력은 간과한 채 좌편향 독소조항을 완화하라는 국민의 소리를 외면하고 사학법에 집착하고 있고,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면서 순환출자를 완전금지시키려 하고 있고,국방력을 약화시키고 막대한 국방비 증액을 초래할 전시작전통제권 조기회수를 지지하고,우리 경제의 선진화를 위해 필수적인 한·미FTA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런 열린우리당의 태도는 국민들에게 뉴딜정책이란 인기만회를 위한 편법에 지나지 않고 그들이 우리 경제의 활성화와 경제선진화를 담당할 수 있는 정당이 아님을 보여줄 뿐이다.

정부여당 외에도 그동안 이 나라의 발전 잠재력(潛在力)을 훼손한 친여시민단체,친여방송매체,친여지식인들도 아직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모르고 있다.

최근 일부 좌파계열 지식인들이 참여정부의 잘못을 뒤늦게 지적하고 나섰지만 그 참여정부를 두둔했던 자신들에 대한 반성은 하지 않은 채 다음 대선에서 좌파세력이 재집권을 하지 못할까봐 변명하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친여시민단체와 친여방송매체는 여전히 이미 대다수 국민에 의해 실격판정이 난 권력의 앞잡이가 되어 이 나라를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