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보상금과 요양급여 지급 등의 기준이 되는 '업무상 재해' 판정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관대해지는 추세다. 법원은 최근 가스충전소 직원이 회사 휴게실에서 역기를 들다 사망한 사건과 유류배달원이 주유 차량을 몰고 지인을 만나러 가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건에서 모두 사망의 업무 관련성을 인정했다.

통근재해에 대한 법원의 시각도 180도 바뀌었다. 지금까지 법원은 공무원 외에는 승용차로 출.퇴근하다 난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출.퇴근 중의 근로자는 그 방법과 경로를 선택할 수 있어 사용자의 지배 또는 관리 아래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6월 "통근은 업무 수행을 위한 필요불가결의 행위"라며 회사원 박모씨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사고의 직접 원인이 음주였더라도 '불가피성'이 인정되면 이 또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면사무소 직원이 지역 주민과 음주 중 평상에서 떨어져 숨진 사건과 육군 모 부대소속 소령이 송년회식 직후 택시를 잡으려다 승용차에 부딪쳐 사망한 사건,광고대행사 직원이 접대를 위해 새벽 4시까지 술을 마신 뒤 뇌출혈이 발생한 사건 등에 대해 법원은 '업무의 연장'이라고 판단했다.

심지어 성과급을 많이 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술자리에 참석했다가 B형 간염 악화로 사망한 자동차판매회사 직원도 유족급여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 밖에 법원은 중복취업 근로자의 과로사,산재로 인한 자살에 대해서도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음주로 인한 간 관련 질병에 대해서는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른 노조원에게 폭행당하는 등 노조활동 중 부상은 산재로 인정하지만 불법적인 파업이나 집회에서 다친 경우 법원은 산재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