姜權錫 < 중소기업은행장 kskang1@kiupbank.co.kr >

기업은행장에 취임한 지 2년 6개월이 다되어간다.

벌써 언론사 등에서 인터뷰를 하면 '그동안 은행장으로서 이루어놓은 일들 중 가장 보람된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다.

필자는 서슴지 않고 '중소기업인 명예의 전당(Entrepreneurship Hall of Fame) 건립'을 꼽는다.

솔직히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하면서 중소기업 관련 정책도 여러 번 마련하곤 했지만 실제로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중요성이나 역할,위치 등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행 은행장으로 취임한 이후 중소기업을 직접 방문하고 많은 중소기업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나라 경제가 세계 11위의 대국으로 성장하게 된 것은 이들 중소기업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우리 중소기업들 중에는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어깨를 겨룰 만큼 훌륭한 기업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대기업들의 그늘에 가려서 혹은 반(反)기업정서에 밀려서 경제발전에 대한 그들의 공로가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고 그에 걸맞은 대우 또한 받지 못했다.

이에 우리 중소기업들과 고락을 함께해온 기업은행은 그들의 숭고(崇高)한 정신과 발자취를 기리고자 '중소기업인 명예의 전당' 건립을 추진하게 되었다.

스포츠나 영화인을 위한 명예의 전당은 많이 있지만 '중소기업인'을 기리는 명예의 전당은 전 세계에 기업은행이 유일(唯一)한 것이다.

'중소기업인 명예의 전당'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몇 해 전 필자가 스톡홀름의 노벨 기념관을 둘러보며 얻은 것이다. 그곳에는 한국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을 위한 부스가 마련되어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의 활동상과 함께 전시된 옥중서신이나 사진들은 적지 않은 감동을 전해주었다. 은행장이 된 필자는 그때를 떠올리며 우리 중소기업인을 위한 명예의 전당을 만들기로 했다.

명예의 전당에 헌정(獻呈)된 분들을 만나보면 자부심이 대단하다.

어떤 분은 당신의 생신날 손자들에게 할아버지가 헌정되어 있는 기업은행 명예의 전당에 다녀오라고 하명을 하기도 했단다.

또 헌정식에 동석한 한 헌정대상자의 부인은 식이 거행되는 내내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필자는 기업가정신이야말로 스포츠 스타나 탐험가들이 가진 불굴의 용기, 강철 같은 의지, 도전정신의 최고의 결정체라고 생각한다.

중소기업인 명예의 전당은 이 땅에 끊임없는 개척정신으로 기업을 일으키고 경제적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 기업인들의 기업가정신을 고취시키고 북돋우는데 꼭 필요한 터전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