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대회 우승 후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는 징크스도 그에게는 없었다. 10년래 처음이라는 '4홀 연속 보기'도 우승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타이거 우즈(31·미국)가 '골프 황제'의 진면목을 또 한 번 과시했다.

연장전에서 두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오히려 황제 앞에 주눅든 동반플레이어가 스스로 무너졌다.

우즈는 연장전 들어 네 번 중 한 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버디로 연결,승부를 결정지었다.

28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런의 파이어스톤GC(파70)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시리즈 브리지스톤인비테이셔널(총상금 750만달러,우승상금 130만달러) 최종일.

우즈는 선두 스튜어트 싱크(미국)에게 1타 뒤진 채 4라운드를 시작했지만,그에게 1타차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우즈는 이날 2언더파(버디4 보기2)를 기록,1타를 줄이는 데 그친 싱크와 연장전에 돌입했다.

두 선수는 4주 후 열리는 라이더컵 미국팀 동료.그러나 승부 앞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연장전은 18,17번홀(이상 파4)에서 번갈아 치러졌다.

우즈는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세컨드샷이 깊은 러프에 떨어졌으나 파를 세이브,첫 번째 위기를 넘겼다.

다시 18번홀에서 펼쳐진 연장 세 번째 홀에서 우즈는 세컨드샷이 벙커에 빠져 보기를 범했는데,싱크도 30m거리의 그린에지에서 3퍼트로 보기를 기록하고 말았다.

두 번의 결정적 위기를 벗어난 우즈는 17번홀에서 치러진 연장 네 번째 홀에서 싱크가 벙커에 빠진 사이 세컨드샷을 홀 옆 1.8m 지점에 떨군 뒤 버디퍼트를 성공,싱크의 파퍼트를 볼 것도 없이 우승컵의 주인공이 됐다.

22개 홀의 긴 승부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우즈는 브리티시오픈-뷰익오픈-USPGA챔피언십에 이어 4개 대회 연속 우승의 기록을 이어갔다.

이 대회에서는 최근 7년 동안 5승을 거뒀다.

그가 한 코스에서 5승을 거둔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이날은 우즈가 프로전향을 선언한 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어서 시즌 6승,통산 52승의 기쁨은 두 배가 됐다.

미PGA투어에서 우즈보다 승수가 많은 선수는 샘 스니드(82승),잭 니클로스(73승),벤 호건(64승),아놀드 파머(62승)뿐이다.

최경주(36·나이키골프)는 어니 엘스,비제이 싱,레티프 구센,필 미켈슨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순위표 아래로 제치고 공동 22위를 차지했다.

6만8000달러(약 6500만원)를 손에 쥔 최경주는 귀국 발걸음이 한결 가볍게 됐다.

최경주는 31일 열리는 신한동해오픈에 출전,국내팬들과 만난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