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산별교섭이 본격화되면서 임금 인상 등을 놓고 노사가 두 번씩 협상을 벌이는 이중교섭 문제가 노사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극적으로 타결된 보건의료(병원) 산별노사교섭은 산별교섭 정신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변종의 산별협상을 타결시켰다.

이 때문에 노동계가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변종의 산별교섭을 확산시켜 나갈 경우 사용자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아 이중교섭은 앞으로 노사현장에서 분쟁의 불씨로 등장할 것이란 분석이다.

병원노사는 3개월 넘게 진행된 교섭기간 중 임금협상에 대한 이중교섭을 어떻게 벌일지를 둘러싸고 팽팽히 맞서왔다.

즉 규모가 작은 병원과 큰 병원들의 임금협상을 일괄적으로 정할 것인지,별도로 결정할 것인지가 노사간 핵심 이슈였다.

결국 노사는 규모가 비교적 적은 사립대병원과 민간중소병원들은 산별교섭에서 일괄적으로 임금인상률을 정하지만 규모가 큰 국공립병원들은 자율협상을 통해 임금인상률을 정하도록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병원노사는 실무교섭과 본교섭에서 사용자 단체 구성과 의료공공성 강화 등 다른 쟁점들에 대해서는 의견 접근을 쉽게 이뤘지만 이중교섭에 대한 이견으로 난항을 겪었다.

노조측은 병원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일정한 임금 인상 기준을 정한 뒤 병원별로 보충교섭을 통해 최종 임금 인상률을 결정하자고 제시했지만 사용자 측은 이중교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는 바람에 무산됐다.

산별노조는 동일 산업의 여러 노조가 단일노조를 결성함으로써 파워가 막강해지는 대신 사용자 측 입장에서는 공동교섭을 통해 교섭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결국 노사는 한 발짝씩 양보해 타결을 이끌어 냈다.

사용자 측은 임금 인상에 대한 이중교섭을 인정할 수 없다는 원칙을 지켰고 노조 측은 공동교섭이라는 산별교섭의 정신에 부합되지는 않지만 자율협상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국공립병원 노조의 불만을 해소하는 성과를 얻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