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반도의 전시 작전통제권을 2009년 국군에 넘기겠다고 다시 한 번 못 박았다.

정부가 제시한 목표연도 2012년을 3년 앞당기려는 것이다.

또 지휘권이 넘어오는 만큼 2007년 이후에는 우리측이 주한미군의 방위비를 '공정한(equitable)' 수준으로 분담할 것을 요구했다.

9월 SPI(한미안보정책구상회의)와 10월 SCM(연례안보협의회)에서 미국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자위력 확보와 주한미군 분담금 증액 문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분담금 협상 진통 예상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을 분담하는 문제와 관련,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윤광웅 국방장관에게 보낸 편지에서 사용한 '공정한(equitable)'이라는 표현은 반드시 '50 대 50'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게 협상 주무부처인 외교통상부의 판단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 입장은 전시 작통권 이양에 맞춰 한국이 지금보다는 더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세 차례 협상에서 구체적인 비율을 논의할 정도로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리측의 분담률은 현재 40% 미만이며,2005~2006년의 경우 그나마 전년에 비해 8.9% 적은 연간 6804억원을 내놨다.

정부는 미국의 분담금 증액 요구를 거부하면서 주한미군 숫자가 1만2500명 줄어든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나 양측이 평택기지 이전으로 각각 5조원 안팎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미국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한·미 양국은 9월 하순 4차 분담금 협상을 위해 다시 마주앉는다.

○작통권 환수,국군 준비됐나

정부는 전시 작통권 환수 시기에 대해 "2012년이 가장 적당하지만 2009년도 괜찮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 군이 그때까지 자위 능력을 갖출 수 있어서가 아니라 미국이 "이양 작업이 끝날 때까지'교량 전력(Bridge Capability)'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국방부 자체 판단에 따르면 국군이 작통권을 단독 행사하기 위해서는 감시정찰능력 지휘통제능력 정밀타격능력 세 가지를 보강해야 하며,정밀타격능력은 2012년까지 F15급 전투기와 이지스구축함 대형잠수함 GPS유도폭탄 등을 구비해 갖출 수 있지만 감시정찰능력은 2012년에도 주한미군 수준을 따라갈 수 없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2009년 환수는 한반도 안보가 3년간 '인수인계 과도기'에 놓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미국 왜 서두르나


럼즈펠드 장관의 편지에 대해 국방부 내에는 '협상용'이라고 폄하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하지만 미국의 국내 상황을 들여다보면 단순히 협상용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미국은 1989년 '동아시아 전략구상'을 발표한 이래 주한미군에 따른 부담을 줄이겠다는 일관된 방침을 갖고 있으며,특히 조지 부시 정부는 이라크 전쟁 비용이 1조~2조달러로 추산할 정도로 불어나면서(세계은행 추산) 2008년 11월 대선 전에 해외 군사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정치적 압박에 놓여 있다.

미국은 당초 2008년 10월까지 작통권 이양을 끝내자는 입장을 우리측에 통보했다가,우리 정부의 반대로 이를 2009년으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2012년이 가장 적당하다는 우리측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확고한 기본 입장을 갖고 SPI와 SCM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