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루빈 전 미국 재무장관이 포드자동차 이사직을 사임했다.

루빈 전 장관의 사임은 포드의 구조조정계획이 예상보다 더 강력해질 것이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포드는 실제 재규어,랜드로버 등 고급차 브랜드의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할부금융 자회사의 매각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미 르노-닛산에 제휴 협상을 제안한 포드는 '정상화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다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루빈 전 재무장관은 1999년 재무장관에서 물러난 뒤 2000년부터 포드 이사직을 맡아왔다.

씨티그룹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그가 포드 이사직을 사임한 것은 포드의 구조조정 때문.루빈 전 장관은 빌포드 주니어 포드 회장에게 서신을 보내 "씨티그룹이 포드의 구조조정 자문을 맡고 있어 씨티그룹 회장과 포드 이사직을 겸하는 자신의 존재가 충돌을 빚을 수 있어 이사직을 사임하겠다"고 설명했다.

포드는 지난 7월 씨티그룹과 골드만삭스를 자문사로 선정,"현재의 문제점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회사 운영 전반에 대해 독립적이고 강력한 분석과 대안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상황에서 루빈 전 장관이 포드 이사직을 계속 수행할 경우 씨티그룹이 강력한 구조조정안을 제시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이사직에서 물러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포드의 구조조정 계획은 한층 더 강력해질 전망이다.

실제 포드는 최근 △4분기 미국시장 생산량 21% 감축과 10개 공장 폐쇄 △재규어 등 고급차부문 매각 검토 △르노-닛산과 제휴 추진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계획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재규어,랜드로버,아스톤마틴 등 고급차부문의 경우 사모펀드 등과 구체적인 금액까지 거론하며 매각협상을 진행 중이다.

빌 포드 주니어 회장은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에게 제휴 협상을 제안한 상태다.

포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꼽히는 할부금융 자회사 '포드모터크레딧(FMC)'을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한마디로 '정상화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게 요즘 포드의 분위기다.

포드는 이런 계획과 씨티그룹 및 골드만삭스의 자문을 종합적으로 정리해 오는 9월14일 이사회에 보고한 뒤 확정할 계획이다.

그렇지만 루빈 전 재무장관의 사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가 포드 이사회에서 차지했던 역할이 컸던 만큼 그의 퇴진으로 포드는 상당한 손실을 보게 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최근 5개월 동안 루빈 전 장관을 포함한 세 명이 이사직을 그만뒀다는 것은 포드의 장래가 그만큼 불안하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포드로서는 행동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게 됐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m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