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수해이어 폭염 후유증‥시름에 잠긴 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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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보입니껴? 요 며칠 땡볕에 데인 사과라예."
지난 24일 소백산 자락이 한눈에 보이는 경북 영주시 풍기읍 백1리의 옥동 작목반(과수원).구필회 풍기농협 조합장은 "한낮에 햇볕이 너무 강해 사과잎이 노랗게 변하는 병이 생겼다"며 "폭염 피해가 예상을 웃돌아 정상적인 출하를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한숨지었다.
여름 폭염 후유증으로 주요 작물값이 고공 행진을 지속,40여일 앞으로 다가온 추석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폭염·열대야,농작물에 직격탄
1만여평의 널찍한 땅에 9월 하순께 출하할 사과들이 열려 있는 풍기읍 옥동 작목반.'산누리 사과'(경북 영주시에서 생산하는 사과의 통합 브랜드)의 주산지로 꼽히는 이곳 사과밭에는 찌그러지고 노랗게 탈색한 사과가 수두룩했다.
사과 선별장 직원은 "햇볕에 데인 자국"이라며 하얀색에 가깝게 탈색한 선홍(빨간 사과의 일종)을 들어보였다.
26일 서울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에서 사과 한 상자(15kg,아오리 상품) 값이 3만6500원으로 최근 5년간 평균가(2만4348원)보다 50% 비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막 출하를 시작한 홍로는 7만원으로 예년 이맘 때보다 40% 높은 값에 거래되고 있다.
8월에 한창 달고 맛있어야 할 복숭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복숭아 주산지로 유명한 충북 장호원의 농협 관계자는 "낮엔 뜨겁더라도 밤에는 열기가 식어야 과육도 단단해지고 당도도 높은데 올해는 열대야가 지속돼 사정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복숭아의 경매 시세(26일)는 5kg(미백 상품)에 2만원으로 5년 평균가(1만3800원) 대비 45% 높다.
○쌀·고추 농가도 한숨
폭염 피해는 다른 농작물로도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벽제에서 쌀과 고추 농사를 짓고 있는 백기석씨(46)는 "벼 이삭 하나에 250∼300알 정도 들어야 정상이지만 올해는 200알도 채 안 된다"며 "고추도 열대야에 시달리다 보니 하얗게 변색해 멕아리없이 떨어진 게 상당수"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 농산물값이 안정된다고 하는 모양이나 추석에 가까울수록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쌀 가격은 지난 5월부터 상승,이달 초 가격이 작년 수확기 대비 6.2% 높아졌다.
고추류 역시 지난주부터 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풋고추(10kg 상품) 도매가격이 2만8250원을 형성,최근 5년 표준 가격보다 4000원가량 높게 거래되고 있다.
○유통업체 물량 확보전 치열
이에 따라 백화점과 대형 마트들은 좋은 품질의 농작물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 나섰다.
예년보다 보름가량 앞당겨 물량 확보전을 시작한 것.농협유통은 100% 산지와 직계약을 맺고 있는 덕분에 유리한 편이다.
김석기 사과 담당은 "문경 무주 장수 등 사과 주산지에서 품위(품질)가 좋다고 소문난 과수원은 유통업체들의 밀려드는 계약 요구로 벌써부터 몸값이 치솟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한 대형 마트는 무주읍 내 특상품을 생산하는 농가와 시세보다 20%가량 높은 가격에 독점 공급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9월 말에는 안정될 것"
농림부는 그러나 추석 '장바구니 물가'에는 이상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햇볕이 많이 내리 쬐면 당도가 올라간다"며 "추석 때쯤이면 과일 맛도 좋아지고 공급도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필 농촌경제연구원 과일팀장도 "단위당 수확량이나 전체 재배면적이 작년보다 늘어 올해 사과 공급량은 약 41만t으로 작년 대비 11% 증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배값 역시 지난해 생산된 저장배의 영향으로 햇배(원황)값이 11% 낮게 형성돼 있다.
김형주 현대백화점 식품팀 바이어는 그러나 "장마에다 폭염까지 겹쳐 선물용이나 제수용으로 쓰일 상품(上品)이나 특상품은 품귀 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주·장호원·벽제=박동휘 기자·최진석(서강대 국문) 인턴기자 donghuip@hankyung.com
지난 24일 소백산 자락이 한눈에 보이는 경북 영주시 풍기읍 백1리의 옥동 작목반(과수원).구필회 풍기농협 조합장은 "한낮에 햇볕이 너무 강해 사과잎이 노랗게 변하는 병이 생겼다"며 "폭염 피해가 예상을 웃돌아 정상적인 출하를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한숨지었다.
여름 폭염 후유증으로 주요 작물값이 고공 행진을 지속,40여일 앞으로 다가온 추석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폭염·열대야,농작물에 직격탄
1만여평의 널찍한 땅에 9월 하순께 출하할 사과들이 열려 있는 풍기읍 옥동 작목반.'산누리 사과'(경북 영주시에서 생산하는 사과의 통합 브랜드)의 주산지로 꼽히는 이곳 사과밭에는 찌그러지고 노랗게 탈색한 사과가 수두룩했다.
사과 선별장 직원은 "햇볕에 데인 자국"이라며 하얀색에 가깝게 탈색한 선홍(빨간 사과의 일종)을 들어보였다.
26일 서울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에서 사과 한 상자(15kg,아오리 상품) 값이 3만6500원으로 최근 5년간 평균가(2만4348원)보다 50% 비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막 출하를 시작한 홍로는 7만원으로 예년 이맘 때보다 40% 높은 값에 거래되고 있다.
8월에 한창 달고 맛있어야 할 복숭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복숭아 주산지로 유명한 충북 장호원의 농협 관계자는 "낮엔 뜨겁더라도 밤에는 열기가 식어야 과육도 단단해지고 당도도 높은데 올해는 열대야가 지속돼 사정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복숭아의 경매 시세(26일)는 5kg(미백 상품)에 2만원으로 5년 평균가(1만3800원) 대비 45% 높다.
○쌀·고추 농가도 한숨
폭염 피해는 다른 농작물로도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벽제에서 쌀과 고추 농사를 짓고 있는 백기석씨(46)는 "벼 이삭 하나에 250∼300알 정도 들어야 정상이지만 올해는 200알도 채 안 된다"며 "고추도 열대야에 시달리다 보니 하얗게 변색해 멕아리없이 떨어진 게 상당수"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 농산물값이 안정된다고 하는 모양이나 추석에 가까울수록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쌀 가격은 지난 5월부터 상승,이달 초 가격이 작년 수확기 대비 6.2% 높아졌다.
고추류 역시 지난주부터 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풋고추(10kg 상품) 도매가격이 2만8250원을 형성,최근 5년 표준 가격보다 4000원가량 높게 거래되고 있다.
○유통업체 물량 확보전 치열
이에 따라 백화점과 대형 마트들은 좋은 품질의 농작물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 나섰다.
예년보다 보름가량 앞당겨 물량 확보전을 시작한 것.농협유통은 100% 산지와 직계약을 맺고 있는 덕분에 유리한 편이다.
김석기 사과 담당은 "문경 무주 장수 등 사과 주산지에서 품위(품질)가 좋다고 소문난 과수원은 유통업체들의 밀려드는 계약 요구로 벌써부터 몸값이 치솟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한 대형 마트는 무주읍 내 특상품을 생산하는 농가와 시세보다 20%가량 높은 가격에 독점 공급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9월 말에는 안정될 것"
농림부는 그러나 추석 '장바구니 물가'에는 이상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햇볕이 많이 내리 쬐면 당도가 올라간다"며 "추석 때쯤이면 과일 맛도 좋아지고 공급도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필 농촌경제연구원 과일팀장도 "단위당 수확량이나 전체 재배면적이 작년보다 늘어 올해 사과 공급량은 약 41만t으로 작년 대비 11% 증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배값 역시 지난해 생산된 저장배의 영향으로 햇배(원황)값이 11% 낮게 형성돼 있다.
김형주 현대백화점 식품팀 바이어는 그러나 "장마에다 폭염까지 겹쳐 선물용이나 제수용으로 쓰일 상품(上品)이나 특상품은 품귀 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주·장호원·벽제=박동휘 기자·최진석(서강대 국문) 인턴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