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연출하는 외양 뿐 아니라 옷에서 나는 냄새까지 관리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페브리즈'가 인기몰이를 지속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섬유탈취제라는 일반명사보다 '페브리즈'가 훨씬 익숙하고 자연스럽다. 한 기업의 특정 제품 이름이 섬유탈취제의 대명사가 된 것. 2006년 상반기 국내 섬유탈취제 시장은 349억원 규모. 이 중 페브리즈는 시장 점유율 90.4%(AC닐슨 조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1999년 P&G가 처음 한국 시장에 페브리즈를 내놓았을 때만 해도 국내에 '섬유탈취제'라는 개념조차 없었다. 강한 향으로 기분 나쁜 냄새를 덮는 방식의 방향제는 있었지만 악취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탈취제는 전무했다.

따라서 P&G의 초기 마케팅은 섬유탈취제의 개념과 용도가 무엇인지를 알리는 '소비자 교육'에 가까웠다. 광고에 평범한 가족을 등장시켜 사용 상황을 시범적으로 보여줬던 것.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일반인 모델이 연출하는 에피소드를 가까운 이웃의 이야기로 느끼도록 해 공감을 이끌었다. '페브리즈'라는 단어에 음과 리듬을 붙여 영어로 만들어진 브랜드명에 친근감을 느끼도록 한 것도 중요한 광고전략 중 하나였다.

페브리즈가 출시 이후 매년 꾸준히 두 자릿수 퍼센트의 높은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가구당 사용량'을 늘리는 전략이 주효한 덕분이다. P&G특유의 '상황 설정'식 광고에는 원래 가정 주부만 나왔지만 점차 아빠,아들,딸 등 온 가족으로 등장인물이 확대됐다. 주로 옷에 밴 땀 냄새를 제거하는 상황을 보여주던 것을 음식 냄새,담배 냄새,애완견 대.소변 냄새,좁은 자취방의 퀴퀴한 냄새 등으로 범위를 넓혀갔다.

페브리즈는 이 같은 광고마케팅뿐 아니라 매장 진열에 있어서도 혁신을 시도했다. 지금은 보편화된 대형 마트(할인점)의 '걸이식 진열'을 처음 시도한 것이 페브리즈였다. 기존의 선반 위에 쌓는 것보다 공간을 작게 차지해 대형 마트측에서도 좋아했고 다른 제품에 비해 고객의 눈에도 잘 띄는 진열방식이다.페브리즈의 브랜드 매니저를 맡고 있는 이지영 P&G 부장은 "제품의 다양한 용도도 알리고 다른 제품을 사면서 자연스럽게 추가로 구입하도록 하기 위해 생활용품 코너 외에도 자동차용품,이불,애완동물용품 매대 옆에까지 제품을 비치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부은영 인턴기자(서울대 경영학) eybu@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