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들 '전전긍증' ‥ 거래정보ㆍ세율인상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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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피난처가 테러자금의 유통 경로로 의심받으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총 1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는 조세피난처 내 자산에 대해 세계 각국이 금융거래 투명화를 강하게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외교 전문 잡지인 포린폴리시 인터넷판은 23일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유럽 각국이 세계 6대 조세피난처에 금융거래 정보 공유,세율인상 및 감세정책 철폐,비밀보호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경우 매년 400억~700억달러의 세금이 해외 조세피난처로 유출된다고 주장하며 조세피난처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지로부터 몰려든 자금들로 '호황'을 누리던 조세피난처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자금 이탈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곳은 '조세피난처의 왕'으로 일컬어지는 카리브해 연안의 케이맨군도.이곳에선 일절 세금이 부과되지 않고 강력한 비밀보호 법령과 미국에서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5000여개의 투자 펀드,400개 은행,4만개 이상의 기업들이 케이맨군도에서 자금을 활용해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압박으로 이들 나라와 금융거래 정보를 공유하는 데 합의,'명성'이 퇴색하고 있다.
'러시아 재벌들의 금고'로 알려진 키프로스도 좌불안석이다.
영토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그리스령이 2004년 EU에 가입함에 따라 금융거래정보를 EU 회원국들과 공유할 수밖에 없게 됐다.
법인세율은 4.25%에서 10~15%까지 올려야 했다.
포린폴리시는 조세피난처로서 키프로스의 미래가 섬뜩할(grim) 정도라고 전망했다.
돈세탁과 범죄자금 은닉 장소로 악명 높은 리히텐슈타인도 범죄수사에 필요할 경우 강력한 비밀보호 법령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하고 미국측의 범죄수사에 적극 협력키로 하는 협약을 맺기도 했다.
한편 아일랜드는 경제성장세를 지속하고 있고 모나코는 새로 즉위한 알베르2세가 세계 부자들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어 그나마 다른 조세피난처에 비해 상황이 나쁘지는 않다고 이 잡지는 소개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