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 적체가 심각하니 신규 게임물의 심의 신청에 신중을 기해 달라."

지난달 11일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가 게임업계에 전달한 '아케이드 게임 심의 적체 물량에 대한 처리 관련 공지' 사항이다.

'바다이야기'를 비롯한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너도 나도 아케이드 게임 개발에 나선 결과 등급 심의 신청 건수가 폭증한 탓이다.

영등위에 따르면 지난달 7일 현재 아케이드 게임물의 심의 적체 건수는 신규 게임물 688건,1차 심의 결과를 반영한 보완 게임물 115건 등 803건.매주 80건 안팎의 게임물이 심의를 위해 접수되고 있어 심의 적체는 갈수록 심화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부실 심의·졸속 심의 등에 대한 의혹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영등위가 심의한 아케이드 게임물은 '전체 이용가' 47건,'18세 이상 이용가' 437건,'사용 불가' 158건 등 총 642건.매월 평균 94건을 심의한 셈이다.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영등위에 따르면 아케이드 게임물의 경우 매주 월·수요일에 심의 예정 게임물과 심의가 끝난 게임물을 입·출고시키고 화·목·금요일에 아케이드게임소위원회를 열어 심의하고 있으나 현재 상태로는 적체 현상이 불가피하다.

영등위는 심의 적체 해소를 위해 예심위원 및 심의물량 확대,심의물 입·출고 시스템 개선,심의물 미제출 게임에 대한 벌칙 부여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 왔지만 적체 현상은 여전한 실정.특히 심의가 끝난 게임기를 제때 찾아가지 않아 심의 예정 게임물의 입고가 어렵다며 이용등급이 결정된 게임물의 경우 심의 결정일로부터 3일 내에 게임기를 찾아가지 않으면 향후 1개월간 심의를 보류하는 불이익까지 주는 형편이다.

한편 10월28일부터는 새로 제정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게임물 등급분류 업무를 새롭게 설치하는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 맡게 돼 남은 적체 물량이 넘어간다.

영등위는 "게임물등급위원회는 경품고시,심의 기준,등급분류 처리 시스템 등에서 영등위와는 상당 부분 다를 것으로 보인다"며 신규 게임물의 심의 신청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지만 적체 해소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이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면서 일부 인기있는 게임물 한 가지로 게임장을 다 채우는 곳이 급증했다"며 "성인용 게임물 편중 현상이 아케이드 게임 산업을 기형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아케이드 게임 산업의 규모는 4조7889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330%나 급증했지만 이 가운데 대부분은 사행성이 강한 성인용 게임물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