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4일간의 파업과 이후 2년여에 걸친 해고자 복직 투쟁으로 홍역을 앓았던 ㈜코오롱 구미공장에 붉은 조끼가 사라졌다.

공장에 울려퍼지던 투쟁 구호와 노동가요도 종적을 감췄다.

대신 공장 안팎과 구미시내 곳곳에는 '그동안 끼친 걱정 더 큰 도약으로 보답하겠습니다''노사가 하나되어 시민이 사랑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습니다' 등이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조합원들도 오랜만에 조성된 '일하는 분위기' 속에서 차츰 안정을 되찾아가는 분위기다.

강경 투쟁 일변도로 회사를 경영 위기에 빠뜨렸던 코오롱 노조가 대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90.8%의 압도적인 찬성률(투표율 89.8%)로 지난 7월 당선된 김홍열 노조위원장과 집행부가 '회사가 있어야 노조도 있다'는 모토를 내걸고 노사 화합에 나선 것.

코오롱 노조는 사측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도 상생해야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구미시내 20여곳에 노조의 변신을 알리는 현수막을 내건 데 이어 회사측과 공동으로 가칭 '상생자원봉사단'도 발족시키기로 했다.

노조 전임자도 9명에서 5명으로 줄이고 집행부도 31명에서 18명으로 축소키로 했다.

노조는 또 90여개 거래처에 노조위원장 명의로 서신을 보내 "그동안 노조가 해마다 파업을 벌여 귀사에 많은 어려움을 안겨드렸다"며 "안정된 노사관계를 이룩해 귀사가 원하는 제품과 품질을 갖추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념투쟁보다는 조합원의 실질적인 이익을 위해서 일하겠다는 집행부의 방침에 일반 조합원들도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과거에는 무조건 반대하던 보직 전환 배치에도 '회사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면' 적극적으로 따르는 분위기다.

구미=유창재 기자·부은영 인턴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