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등 외부 세력은 포항을 떠나라. 포항지역 건설노조원들을 끌어들여 폭력 불법시위를 일삼는 것을 더 이상 인내하지 않겠다."

18일 오후 4시 포항종합운동장.포항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포항경제살리기 범시민 궐기대회'에서 포항 서민들을 볼모로 정치세력화를 꾀하려는 외부 노동계 세력에 포항을 더 이상 맡겨둘 수 없다는 규탄과 절규가 쏟아졌다.

10호 태풍 '우쿵'의 영향으로 비바람이 부는 가운데 5만여명의 시민이 몰려들었다.

지난달 건설노조의 포스코 본사 점거 당시 사태 해결 촉구 집회에 1만여명의 시민이 참여한 것과 비교하면 5배가 넘는 규모다.

인구 50만의 지방중소도시에서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시장 상인들과 택시 운전기사는 물론 숙박 및 유흥업소,음식업,이·미용 종사자 등 건설노조의 '파업폭탄'에 실질적인 피해를 입은 서민들만 최소 3만여명 이상 참여했다.

지역노동계는 이번 집회를 놓고 "관변단체들의 정신 나간 굿판이자 관제데모"라고 비난했다.

북부해수욕장에서 식당을 하는 박모씨(40)는 "노조 파업으로 피해를 입은 영세 상인들의 피해를 누가 책임지겠느냐"며 "파업사태가 하루빨리 종식돼 서민들도 살아야겠다는 심정으로 집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포항지역 상가번영회 등 상인 대표들은 결의문 낭독을 통해 "민노총 등 외부 개입 세력은 더 이상 사태를 악화시키지 말고 당장 교섭권을 포항 건설노조에게 넘겨라"고 외쳤다.

최영우 포항상의회장은 이날 대회사를 통해 "포항건설노조와 전혀 관련없는 울산 등 다른 지역 건설노동자와 상급 노동단체들이 가세해 포항을 '노-정 대리의 격전지'로 만든 것이 사태 장기화의 주범"이라며 "포항시민들이 똘똘 뭉쳐 정치세력화를 노리는 외부 세력을 쫓아내자"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이대공 포항지역발전협의회장은 성명서에서 "지난 12일 건설노사가 밤 새워 마련한 잠정합의안을 노조지도부가 조합원 찬반투표도 없이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며 "하루빨리 작업장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선량한 조합원들의 꿈조차 무참히 짓밟는 지도부와 외부 노동세력의 불법행위를 시민들의 힘으로 막아내자"고 역설했다.

상인 대표로 나선 김상출 북부해수욕장 수석부회장은 음식업,숙박,택시 등의 협회 대표들과 공동 결의문을 통해 파업에 따른 손실분에 대해서는 피해보상 청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다짐했다.

참가자들은 민주노총과 건설노조 등을 항의 방문한 뒤 집회를 갖고 종합운동장에서 형산로터리를 돌아오는 3km간 거리행진을 벌이는 등 파업중단과 노사합의 정신을 살려 평화적인 사태 해결에 노력해 줄 것을 요구했다.

시민들의 이 같은 분노에는 아랑곳없이 민노총과 건설노조 등은 19일 예정대로 포항에서 대규모 전국노동자대회를 강행키로 결정했다.

한편 포스코는 지난달 건설노조의 본사 불법점거와 장기파업으로 파이넥스 설비 등 34개 건설공사에 차질을 빚어 총 5000여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