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잘 나가는 나이트클럽 문 앞에는 대개 험상궂은 '기도'들이 버티고 서있다. '물관리'를 하기 위해서다.

남자는 젊고 잘 생기고 돈 좀 있어 보이는 사람을 고르고 여자 같으면 요즈음 말로 소위 '쭉빵 미녀'들만 골라서 입장시키면서 '수질'을 유지한다.

한국만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물 좋은 나이트 클럽 앞에는 경비원(Bouncer) 들이 서서 우리나라의 기도 역할을 한다.

우리와 미국의 업소들이 자격미달자 탈락 방식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중국의 나이트 클럽들은 중국인 입장객들이 같이 춤추고 싶어하는 외국인(서양인)에게는 입장료를 받지 않는 방식을 택한다고 한다.

나이트클럽들의 물관리는 역선택(逆選擇)이라는 병리현상을 치유하기 위한 시장의 반응이다.

비극은 남자든 여자든 나이트클럽에서 자기보다 멋진 파트너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자기보다 못한 사람,인기 없는 사람과는 같이 놀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기 없는 사람은 어디든 별 생각 없이 들어가겠지만,소위 '킹카'들은 폭탄들이 오는 것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결국 킹카의 마음에 들지 않는 나이트클럽은 없어진다.

킹카가 오지 않으니까 나이트 클럽은 폭탄들로만 채워진다.

그런 나이트 클럽에는 폭탄들도 가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결국 나이트 클럽 시장은 사라지게 된다.

본래 역선택이란 사고율 낮은 우수 고객은 보험에서 탈퇴하고 사고율 높은 피보험자들만 남게 되어 결국 시장 자체가 사라지게 되는 현상에 붙여진 이름인데,나이트 클럽 시장도 잘 설명해준다.

공급자는 물관리를 통해서 소비자들의 역선택을 피해 나간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자격을 가진 사람만 입장시킴으로써 들어온 모든 소비자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파트너를 만날 수 있게 보장하고 그 대가로 높은 가격을 받는 것이다.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자기보다 잘 난 사람과 같이 지내고 싶어 하는 곳에서는 역선택과 그것을 막기 위한 물관리가 나타나게 마련이다.

좋은 골프클럽들은 예전부터 회원을 받을 때 자격을 심사했으며,요즈음은 헬스클럽들도 그런 데가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 게임 사이트 중에도 자격 심사를 하는 곳이 있다.

한 때 광화문의 파이낸스센터 빌딩에 입주하려면 돈만으로는 안되고 '품위'도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었는데,지금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필자처럼 나이도 많고 별로 잘나지 못한 사람도 그리 슬퍼할 것까지는 없다. 자격 같은 것 따지지 않고 아무나 받아 주는 성인나이트들도 많은 데 굳이 '기도'의 냉대를 받으며 물 좋은 곳을 기웃거릴 필요가 없다.

한 달에 5만원이면 갈 수 있는 헬스클럽도 많다.

물관리를 하는 곳이 생기는 반면에 잘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곳 역시 생겨나는 것이 자유로운 시장의 묘미다.

증권시장도 철저히 물관리를 하는 곳이다.

증권선물거래소는 문 앞의 '기도'이고 상장규칙은 기업 중에서 킹카를 골라내는 기준인 셈이다.

그런데 현재의 증권시장은 킹카만을 위한 시장일 뿐 성인나이트 클럽 같은 출구가 없다.

정부가 증권선물거래소와 증권업협회에 킹카들만을 위한 시장을 독점시키고 있기 때문에,실적이 부진하고 규모도 작은 기업의 주식을 상장할 시장이 생겨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증권거래소 설립을 자율화해서 뱁새 기업들도 주식을 팔 수 있는 시장이 생겨나길 기대해본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KCH@cf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