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루이 14세가 '짐이 곧 국가다'란 말을 했다고 한다.

역사상 대표적 절대군주의 발언이자 절대왕정을 단적으로 상징하는 표현이다.

절대왕정은 16세기 말∼18세기 초 유럽의 주요 정부형태였다.

왕을 중심으로 한 중앙집권화와 국가통일과정에서 탄생했으며 근대국민국가의 초기 단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경제사적으로 살펴보자.

왕권강화수단은 관료제와 조세제도 운영,무력독점(상비군),정통성의 창출,중상주의 경제정책 등이었다.

왕이 자신에게 전적으로 종속된 관료집단을 소유하는 것이 왕권집중에 필수적이었다.

왕의 관료충원 방식은 매관제였다.

충원배경은 다양했다.

프랑스는 때때로 중산층 출신을 기용했고 스페인,동유럽에서는 귀족이 관료가 되었다.

이 시기에는 군주,귀족,관료 엘리트가 뒤얽히게 되었다.

매관제란 관직을 파는 것이다.

왕은 이로써 재정과 왕에게 복종하는 관리를 함께 확보했다.

다른 한편으로 관리에 대한 국가지출도 늘고 관리는 재직기간 중 직위를 이용해 관직 값보다 더 많은 이득을 취하고자 하여 문제점도 많았다. 절대왕정이 성공하기 위한 열쇠가 곧 재정문제해결이었다.

이를 위해 새로 등용된 관료는 왕의 이해에 맞도록 국세징수 등 세입증대를 통해 전쟁비용을 조달하고 재정을 운용했다.

자의적인 조세징수에 대한 저항도 많았다.

왕의 군사력독점이 왕권강화와 유지에 중요했다.

절대군주는 현대의 국민군과는 성격이 판이했지만 근대적 형태의 상비군제도를 마련했다.

상비군은 용병이었고 주로 유럽의 후진지역이나 하층계급에서 충원했다.

용병은 왕권보호에 유용했으며 유랑민이 일부 용병으로 흡수됨으로써 사회의 질서유지에도 기여했다.

또한 상비군 유지가 국내 군수물자 공업을 발달시키고 상공업을 자극했다.

로마법 부활도 절대왕정기의 주요 특징이다.

절대적,무제한적 소유개념이 잘 정비된 로마법은 조건부 보유가 지배적이던 중세 때는 사장될 수밖에 없었지만 절대왕정기에는 적극 수용되어 당시 성장하는 상품경제에 도움이 되었다.

정치면에서 로마법의 정치적 절대권(imperium) 개념은 군주의 왕권강화 노력에 이바지했다.

절대왕정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정통성이 창출되어야 했다.

왕을 비롯한 소수 권력자 집단이 그보다 광범한 유력층에게 그 체제가 합의된 가치기반 위에서 형성되어 기능한다는 것,체제가 그들의 이해관계를 보호하고 계속 존속하리라는 것을 설득할 수 있을 때,정통성을 인정받았다.

왕의 권위에 정통성을 부여하는 이데올로기가 곧 왕권신수설이다.

절대군주의 정치는 신에게만 책임을 지며 주권이 왕에게서 구체화되고 왕이 법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절대왕정의 '절대'의 의미는 왕권이 봉건시대의 권력분산상태 때보다는 강했다는 뜻이다.

절대왕정의 정통성은 항구적인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타협의 산물이었다.

즉 정책상의 충돌이 발생했을 때 국가 내의 다른 세력에 비해 왕권이 우위를 지키는 한,왕권은 절대적이었다.

신민의 동질화 문제,즉 왕의 영토 내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문화적으로 동질 집단이 되는가의 여부도 왕권강화에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스페인,프랑스의 군주들은 통치 영역 내에서 카톨릭을 표방했고 영국이나 독일 일부 공국의 군주들은 국교회를 세웠다.

이 과정에서 이민족이나 이교도는 끊임없이 박해받거나 추방당했다.

절대왕정은 국력과 국부를 증대시키기 위해 중상주의정책을 폈다.

무역흑자를 통해 전쟁에 필요한 금보유를 늘리고 금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것,또한 세계의 화폐,공업생산,선박,무역거래의 총량을 일정한 것으로 보고 그 안에서 자국의 몫을 가능한 한 늘리자는 것이 중상주의의 요체다.

따라서 국내교역에서는 장벽을 철폐하여 시장통합과 상업발달을 추구하지만 대외적으로는 외국상품에 대한 보호관세부과,수출장려,상선 보호를 위한 해군력 강화 등을 추진했다.

또한 공업을 적극 지원하고,특히 프랑스의 경우 왕립 매뉴팩처를 세워 고품질의 완제품 생산을 위한 국가감독,규제체계를 도입했다.

모든 숙련기술자는 의무적으로 길드로 조직되고 해외기술자와 제조업자의 국내이주도 장려되었다.

훗날 케인즈는 중상주의가 고전파 경제이론보다 화폐,이자율,고용의 본질을 더 옳게 파악했다고 보았다.

이러한 절대왕정의 성격에 대하여 '중앙집권화된 봉건세력'이라는 등의 논쟁이 있으나 기본적으로 왕정이 지주귀족과 타협하면서 상공세력을 지원하는 체제라 할 수 있다. 절대국가는 영국,네덜란드부터 입헌화하고 시민혁명을 거치면서 장기적으로 국민국가로 발전한다. 또한 재산권,계약법 등 자본주의적 법과 제도를 보장하는 정치적 장치로 변모했다.

루이 14세는 죽기 직전에 '나는 떠나지만,국가는 남는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서울대 경제학 dyang@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