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10월13일 금요일.칠레로 원정경기를 떠난 우루과이 럭비팀의 전세 비행기가 안데스 산맥 한 가운데에 추락했다.

탑승객 45명 가운데 13명이 즉사했고 부상자를 포함해 32명이 생존했다.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와 싸우며 먹을 것도 없는 얼음산에서 72일을 버티는 동안 이들 중 절반은 죽고 최후까지 사투를 벌이던 16명이 극적으로 구조됐다.

'난도의 위대한 귀환'(난도 파라도 지음,이종인 옮김,세종서적)은 이 엄청난 참사에서 살아남은 인물이자 10일간 100km 이상의 얼음산을 넘어 구조요청에 성공한 난도 파라도(57)의 실제 기록이다.

그는 당시 우루과이 럭비팀 선수였고 지금은 전국적인 철물체인망과 홍보·마케팅회사,TV프로그램 제작사 등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의 최고경영자다.

비행기가 추락하는 순간 저자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중상을 입은 여동생도 8일째 숨졌다.

그는 두개골에 금이 가는 상처를 입고 정신을 잃었다가 사흘만에 간신히 의식을 되찾았다.

11일째 되는 날 수색작업이 취소됐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의 공포와 눈사태로 8명이 추가 사망하는 '지옥'을 겪으면서 세 차례에 걸친 구조대의 원정마저 실패로 끝났다.

상황은 절망 그 자체였다.

눈덮인 겨울 산중에는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먹을 것도 없었다.

이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갈등 속에서' 사망자의 인육으로 목숨을 연명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허락된 삶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아보였다.

조난 61일째,마침내 난도는 동료 한 명과 함께 해발 5000m의 겨울 안데스를 넘어 칠레까지 마지막 원정에 나섰다.

몇벌의 여름옷을 겹쳐 입고 럭비화를 신은 채 그는 희박한 공기와 타는 듯한 갈증을 견디며 칠레의 로스마이테네스에 도착,한 농부에게 구조를 요청하고 '진짜 음식'을 먹은 뒤 죽음처럼 깊은 잠을 잤다.

그는 안데스 산맥을 탈출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이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살아남은 평생의 형제'들이 서로에게 보여준 강한 유대의식과 충성심이 없었더라면 안데스 산중을 탈출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가 생사의 갈림길에서 얻은 용기와 온몸으로 체득한 깨달음이야말로 이 책의 진정한 가치일 것이다.

인간은 얼마나 '위대하면서도 미약한' 존재인가.

그래서 그가 "우리는 모두 저마다 개인적인 안데스를 안고 산다"고 말할 때,그 속에는 일상의 작은 것에 휘둘리는 우리네 삶의 모든 높낮이가 함께 포함돼 있다.

리더십이나 팀워크 등의 용어는 없지만 진정으로 가치있고 성공적인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자기계발·경제경영 분야의 교과서로 삼을 만한 책이다.

456쪽,1만2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