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노조 시스템에서 노사가 '상생'하려면 산별 교섭에서 합의된 사안에 대해 개별 기업 노조가 독자적으로 쟁의에 나설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사가 후원한 가운데 17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산별 전환이 노사 관계에 미치는 영향'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자로 나선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산별노조 전환을 노사 상생의 기회로 바꾸는 방법 모색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은 연구위원은 '비용과 효과 측면에서 본 산별적 노사관계'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산별 교섭이 성공하려면 기존 기업별 교섭에 비해 사회적 비용이 줄어드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며 "이를 위해 산별 교섭을 기업별 교섭보다 우선시하고 기업별 교섭은 보충 협약이 가능한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을 줄이는 대신 근로시간 면제 방식으로 노조 활동을 보장하는 것이 노사 협력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별 교섭이 보장될 경우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기업측의 임금 지급은 크게 줄이거나 없애는 게 바람직하다고 은 연구위원은 강조했다.

은 연구위원은 특히 "기존 정규직 노조의 기득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비정규직에 대해 '시혜'를 베푸는 방식으로 산별 교섭이 이뤄진다면 노사 갈등만 커지고 사회적 지지도 얻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산별,지역,기업 등 현행 '삼중 교섭' 체계를 '이중 교섭' 체계로 바꾸는 것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열린 토론 과정에서 산별노조 체제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전망이 나왔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노조가 힘이 세지면 결국 산별로 가는 것"이라며 "당장은 혼란이 야기돼도 중·장기적으로는 산별교섭 비용이 더 적을 것이라는 기대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무는 "사용자(기업)측의 선호와 자발적인 참여가 산별노조 정착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기설 한국경제신문 노동전문 기자는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노조의 산별 전환이 기존의 기득권은 유지한 채 정치 세력화를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에 바탕을 둔 '무늬만 산별' 아니냐는 일부의 우려가 있다"며 "노조도 사용자가 산별교섭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윤진호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기업 간 임금 및 근로조건 차이가 크고 노동 이동이 적은 상황에서는 기업별 노사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OCED 국가들의 사례를 분석해 보면 산별노조 체제에서 소득분배 효과가 커지고 반대로 파업은 줄어들었다"고 강조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