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이 경제계와의 '뉴딜'에 이어 일자리 창출과 고용 안정을 위한 노동계와의 '잡딜'(job-deal)에 나섰다.

김 의장은 16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회관을 찾아 이용득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와 정책간담회를 갖고 노동계가 경제살리기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 의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구직자에게는 일자리를,노동자에게는 고용 안정을,경영자에게는 경영환경 개선을,국민에게는 희망을 주는 것이 뉴딜의 목표"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장 노동계와 '잡딜' 추진

김 의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한국노총에 보육 복지 환경 교육 문화 등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 확충과 비정규직,특수형태 근로자,영세사업장 노동자 등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제도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제안했다.

특히 2004년부터 2년 가까이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비정규직 법안을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의장은 그러나 이를 이행하기 위한 선결조건으로 △국민정서와 배치되는 불법·과격시위 중단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한 정규직의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 자제 △사내 전환배치조차 어렵게 하는 단체협약의 경직성 해소 △글로벌 경영환경에 부합하는 생산성 향상 위한 노사협력 강화 등 4개 사항을 한국노총에 요구했다.

김 의장은 "재계와 뉴딜을 추진했다면 노동계와는 '잡딜'을 성사시킬 것"이라며 "노동계가 당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일자리 창출과 고용 보장을 약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비정규직 법안의 조속한 입법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조항 폐기 △노사발전재단 설립 지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졸속 추진 반대를 열린우리당에 요청했다.

○노동계 반응은 시큰둥

노동계에서는 김 의장의 제안 내용이 기대 이하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경제계를 달래기 위해 노동계를 구색 맞추기 용으로 방문했다는 의심어린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김 의장의 '잡딜' 제안은 곧바로 한국노총에서 집중 포화를 받았다.

이용득 위원장은 "열린우리당의 요구 사항에 대해 하나하나 언급하자면 할 말이 많다"며 "일방적으로 노동자에게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김성태 상임부위원장도 "재계와 대화할 때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나 경제인 사면 등 구체적인 입장이 있었는데 노동계에 대해서는 준비한 카드가 없다"며 경제계와의 형평성을 문제삼았다.

김영배 금속연맹 수석 부위원장도 "대기업 노조가 임금을 동결하면 상황이 열악한 중소기업도 임금을 올릴 수 없게 된다.

불합리한 대기업·중소기업 간 구조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며 대기업 임금인상 자제 요구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민주노총도 김 의장의 제안에 대해 "한 마디로 진부하고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나 있다"며 "딜이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 자체가 국가가 해야할 일을 희석시키면서 더 어렵게 만들 소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김 의장은 오는 22일 민주노총을 찾아서도 한국노총에 했던 제안을 다시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불법 과격시위 중단 등 4대 요구사항 대부분이 사실상 민주노총을 겨냥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간담회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