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비상대기중.여름은 우리가 지켜드립니다."

유난히 무더위가 긴 올 여름. 한국전력 부천지점에서 전기고장신고 접수와 순찰 업무 담당인 송강호 영업운영부 실장(52)은 자신이 맡은 일을 "천직이라 여기지 않으면 하기 힘들다"는 말로 대신했다.

"야간이요? 정신없죠. 요즘 같이 열대야가 계속되면 야간에만 20건 가량의 신고가 접수 돼요.

더우면 잠을 못 이루잖아요."

이렇게 신고받고 출동하고 하다보면 금새 날이 밝는단다.

그는 특히 "긴급출동을 하다보면 한국사람이 정말 급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며 "교통사정에 따라 시간이 지체되기도 하는데, 그 5분을 못 참더라"라며 아쉬움도 토로했다.

인구 86만에 인구밀도 전국 2위인 부천. 이곳 한전 지점 배전운영실은 16명의 직원이 98개(개당 1만~1만2천 kW)의 배전 선로를 관리하고 있다.

4인 4개조로 24시간 체제로 운영되는 이들에게 휴일은 달력상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올 여름 단 한 차례의 정전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얼마전 송실장은 새벽 1시께 신고를 받고 긴급출동했다.

"할머니께서 혼자 살고 계시더군요.

제 어머니 같은 생각에 혹시나 있을지 모를 사고에 대비해 노후설비를 무상으로 모두 갈아드리고 왔습니다."

가정의 전기시설은 한전과는 무관한 일이지만 '일보다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고 송 실장은 설명했다.

송 실장은 아파트 자체에서 관리하는 변압기 때문에 속이 많이 상한다고 한다.

에어컨의 보편화로 가구당 소비전력이 3배이상(3kW) 늘었지만 변압기 용량이 업그레이드되지 않아 툭하면 정전이 되는 등 잔사고가 잦다.

하지만 아파트 변압기의 소유권이 아파트 관리자에게 있기 때문에 한전에서 일방적으로 교체할 수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단다.

특히 한전은 아파트 주민이 원할 경우 교체비용의 50%를 지원하고 있지만 관심이 부족한 탓인지 신청이 저조하다고 한다.

송실장은 게다가 "앞뒤 생략하고 '낡은 변압기가 문제'라는 식으로 방송하는 매체들 때문에 한전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도 사실"이라며 아파트 전기관리자와 입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전력은 해마다 여름철이면 급증하는 전력 소비량을 감당하기 위해 전국 189개 지점별로 특별 상황반을 운영한다.

특히 열대야가 심한 '하계부하대비 특별기간'(7월15일~8월15일)에는 상황근무자 전원이 4시간씩 연장근무를 하며 여름 무더위와의 전쟁을 치렀다.

심윤선 인턴기자 dolshie@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