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부터 평택 창원 등지의 5500여 전 조합원이 집결해 여기서 먹고자며 투쟁할 겁니다.

'옥쇄파업'으로 인해 회사가 망가지는 게 안타깝기는 하지만 회사측의 구조조정 계획을 박살내려면 이 방법밖에 없습니다.

우리부터 살고 봐야 할 것 아닙니까."(쌍용자동차 노조 관계자)

쌍용차 노조가 초강경 투쟁의 방법으로 선택한 '옥쇄파업'을 이틀 앞둔 14일 낮 12시 이 회사 평택공장.좌우 6m짜리 컨테이너 2개로 봉쇄된 정문 틈새로 '완전 고용'이란 글귀가 박힌 조끼를 입은 근로자들이 줄지어 공장 밖으로 나가고 있다.

수백명의 근로자가 일시에 도로로 나선 까닭에 일순간에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반면 공장 내부는 마치 '태풍 전야'처럼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

한창 바쁜 평일 오후임에도 생산라인은 멈춰 섰고,근로자들은 온데간데없다.

곳곳에 세워진 천막과 '8월16일 총파업 선포식'이란 현수막만이 이곳 사정을 말해줄 뿐이다.

이날 평택공장 근로자들은 오전 8시30분께 출근해 노조집행부의 옥쇄파업 지침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곧바로 퇴근길에 올랐다.

옥쇄파업이란 공장의 모든 문을 걸어 잠그고 전 조합원이 공장에서 함께 숙식하며 총파업에 나서는 것.강성노조의 대명사인 현대자동차와 만도가 각각 1998년과 2000년에 벌인 '최고 강도의 파업'이다.

쌍용차가 옥쇄파업에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회사측의 인력 구조조정 계획과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지난달 14일부터 파업에 들어간 쌍용차 노조는 지난달 말부터 사실상 전면파업에 돌입했으며,지난 11일 '구조조정 전문가'라며 반대해온 필립 머터우 사장이 대표로 선임되자 급기야 전면전을 선포했다.

김규한 쌍용차 노조위원장 직무대행은 "노조 복지기금 21억원을 투쟁기금으로 전환하는 등 결전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라고 말했다.

한 달째 이어진 파업으로 쌍용차는 멍들대로 멍든 상태다.

지금까지 파업으로 인해 9250대를 생산하지 못해 1850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

더 큰 문제는 노사 간 의견차가 워낙 큰 만큼 언제 파업이 끝날지 예측조차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노조는 "생존권이 걸린 문제인 만큼 구조조정 계획을 철회할 때까지 옥쇄파업을 풀지 않을 것"(김 위원장 직무대행)이라고 호언하고 있으며, 회사측 역시 직장폐쇄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로 강경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회사측은 이미 554명을 정리해고하겠다는 내용의 구조조정안을 노동부에 낸 상태다.

당초 구조조정 대상 인력 986명 중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나머지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평택=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