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 석유社는 '부실한 공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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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석유와 천연가스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주요 산유국의 국영 석유회사들(National Oil Companies,NOCs)이 정치 권력의 개입과 투자부진 등으로 '문제 투성이' 기업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코노미스트 최신호(10일자)는 '석유의 어두운 비밀:NOCs'란 제목의 특집기사를 통해 베네수엘라의 국영 석유회사인 PDVSA를 비롯한 대다수 NOCs가 시장원리에 따른 경영을 도외시한 채 방만하고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NOCs가 국제 유가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엑슨모빌 등 다국적 민간 석유회사들에 비해 힘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NOCs의 부실화는 해당 국가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잠재적인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확인된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을 석유회사별로 따져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가 3000억배럴로 1위에 올라 있다.
이어 이란의 NIOC,러시아의 가즈프롬,이라크의 INOC 등을 포함 상위 13개 회사가 모두 국영 회사들이다.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 기업인 민간 석유회사 엑슨모빌도 250억배럴 정도로 겨우 1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정도다.
북해나 멕시코만 등 모든 기업에 개방된 석유 생산지의 생산량이 줄어드는 추세여서 자신들의 영역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고 있는 NOCs가 석유시장에서 더 큰 지배력을 갖게 될 전망이다.
문제는 NOCs가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나 정치권의 지시로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벌여야 하고 불필요한 인력을 대거 채용해야 하는 등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 일이 NOCs에서 흔하게 벌어진다.
러시아의 국영 가즈프롬과 로스네프트는 에너지 소비국들을 압박하기 위한 외교정책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NOCs는 국내 판매가격을 국제시세보다 낮게 책정하도록 정부의 강요를 받고 있다.
미래에 대비한 투자를 게을리하는 것도 NOCs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공통점이다.
인도네시아는 국영 석유회사 페르타미나가 새로운 유전 발굴을 소홀히해 막대한 석유 매장량에도 불구,석유 순수입국이 됐다.
베네수엘라의 PDVSA는 NOCs 중에서도 가장 비효율적인 기업으로 꼽혔다.
1999년 권좌에 오른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전문 기술자들을 몰아낸 뒤 측근들을 집어넣고 투자를 소홀히하며 이익을 과도한 사회복지에 전용,경쟁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런 문제점으로 인해 NOCs가 지구상 대부분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깔고 앉아 있으면서 세계 생산량의 절반만을 생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비해 △자율적인 기업경영을 보장받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하고 부패가 없는 노르웨이의 스타트오일 등이 뛰어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NOCs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덧붙였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