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대기업 2,3세들의 지분 취득이 활발하다.

증시 조정으로 주가가 쌀 때 미리 지분을 사들여 놓겠다는 의도다.

지분 취득 형태는 유형별로 다양하다.

장자만이 지분을 사들이는 곳이 있는가 하면 2,3세 형제 자매가 균등하게 주식을 취득하는 곳도 있다.

2,3세 중 상당수가 아직 미성년자이거나 학생 신분인 경우가 많아 후계작업이 본격화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각 기업체의 향후 후계구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부에선 후계문제를 놓고 갈등을 보이는 기업도 있다.

○장남에게 집중=가장 눈에 띄는 유형은 장남에게 지분을 집중시키는 '장남형'이다.

한화가 대표적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은 최근 대량매매를 통해 지주회사격인 한화의 지분율을 늘렸다.

세 아들 중 장남인 김동관씨의 매수 규모가 월등히 많다.

김씨의 지분율은 4.41%로 김 회장에 이어 2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나머지 두 아들의 지분은 각각 1.66%다.

동부그룹은 김준기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씨가 지분율을 최근 6.53%로 늘렸다.

두 살 위 누나인 김주원씨의 지분은 1.63%에 그친다.

계룡건설도 이인구 명예회장의 외아들이자 막내인 이승찬씨가 올초 지분율을 14.21%로 확대했다.

8명의 딸들은 각각 0.3% 안팎에 그치고 있다.

이 밖에 영풍그룹과 삼양통상,신풍제약 등도 최근 장남 위주로 지분이 증가한 사례들이다.

○자녀에게 골고루=특정 자녀에게 편중하지 않고 2,3세들이 비슷한 규모로 지분을 사들이는 '균등 보유형'도 적지 않다.

아직 후계구도가 명확하지 않은 셈이다.

한진그룹 3세인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 자녀들은 지난달 같은 비율로 지분을 소폭 사들였다.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자녀들도 지분을 비슷한 규모로 나눠갖고 있다.

이 밖에 조광페인트 양성민 회장의 세 딸이 지분을 지난달 균등하게 사들였으며 근화제약도 장홍선 대표의 아들 딸이 최근 동시에 지분을 각각 4.3%로 늘렸다.

○4촌 간 공동 취득=형제 기업들의 경우 형제의 2세들이 지분을 균등하게 사들이는 경우가 많다.

세아그룹은 형인 이운형 회장의 장남인 이태성씨와 동생인 이순형 사장의 장남인 이주성씨가 각각 세아홀딩스 지분을 비슷한 규모로 갖고 있다.

최근 세아홀딩스 지분을 2.66%로 늘린 장외계열사 에이치디스틸 역시 이태성씨와 이주성씨의 지분율이 엇비슷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박삼구 회장 형제의 장남들이 올 들어 서로 거의 같은 규모로 지분을 사들였다.

○때로는 분쟁도=부자간에 분쟁형태를 띠는 기업도 적지 않다.

후계과정에서 갈등을 빚는 사례다.

동아제약은 강신호 회장과 차남인 강문석 전 부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최근 강 전 부회장이 장내에서 동아제약 주식 8만830주를 매수,지분율을 3.73%로 높여 관심을 끌기도 했다.

오양수산은 김성수 회장과 장남이 아직까지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지분을 장내에서 직접 사들이는 경우는 늘고 있지만 2,3세가 최대주주로 있는 장외기업을 통해 지분을 매집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증권 전문가들은 "장외기업을 통한 경영권 안정은 편법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어 비용을 추가로 들이더라도 장내에서 매집하는 쪽을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