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은 "2003년 이후 국내 경제는 구조적 악순환에 따라 세계 경제 성장률에도 못미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며 "만약 정부가 지금의 경제 부진을 단기적 경기 변동 과정으로 인식해 잘못 대응할 경우 심각한 경제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구원은 13일 발표한 '한국 경제 성장 활력 잃고 있다'라는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고 구조적 저성장 국면에 빠지고 있다"며 "적절한 정책 대응에 실패할 경우 향후 수년간 저성장이 지속되는 '저성장의 함정'으로 진입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최근의 경기 흐름을 일시적 성장세 둔화 또는 조정으로 진단하면서 장기 성장추세에 낙관적 견해를 고수해 온 정부와 한국은행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경제의 구조적 문제는 △소비의 경제안전판 기능 상실 △설비투자 장기 부진 △수출 실익 축소 △소득 양극화 심화 △정보기술(IT) 산업의 한계 △금융시장의 악순환 구조 등으로 지적됐다.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들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낮아짐에 따라 노무현 정부가 복지·분배 정책을 적극 추진했음에도 소득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2002년 7.9%였던 민간소비가 2003년 이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단 한 번도 경제성장률을 넘어서는 증가율을 보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설비투자도 2003년부터 2005년까지 2.6% 증가하는 데 그쳤고 IT분야는 내수시장 비중이 2000년 36.7%에서 지난해 20.3%로 떨어져 국내 산업 파급 효과가 낮아졌다.

연구원은 또 2000년대 들어 대(對)중국 수출이 급증했으나 부가가치가 높은 내구소비재 비율은 5.9%에 불과해 수익구조가 취약해 졌다고 밝혔다.

수익성이 낮은 원자재(39.8%)와 자본재(52.4%)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