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인터뷰] 아리랑 2호 성공적 발사 백홍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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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홍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54)은 50일째 수염을 깎지 않고 있다.
다목적 실용위성 2호(아리랑 2호)가 러시아 발사장을 향해 대전 항우연을 떠날 때부터 기른 수염이다.
지난달 28일 위성 발사에 성공하고 궤도에 안착하고 나서도 여전히 수염에 손을 대지 않고 있다.
그는 2년 전 이스라엘에서 아리랑 2호 장착 카메라를 개발할 때도 무려 3개월간 면도를 하지 않았다.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는 하나의 '부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수염을 기른다고 그는 설명한다.
항우연 연구원들 중에는 백 원장의 수염과 같은 부적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다. 우주 항공 연구개발은 다른 분야와는 달리 성패가 분명하다. 발사에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실패하면 그동안 쏟아부은 돈과 땀이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만다. 여론도 걷잡을 수없이 나빠지게 마련이다. 모든 비난의 화살이 고스란히 연구원들에게 쏟아지게 된다. 그래서 항우연 방문객들은 이들이 마치 남극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연구원들 만큼 긴장 속에서 연구 생활을 한다고 종종 얘기한다.
백 원장은 아리랑 2호의 탄생은 이 같은 연구원들의 긴장과 땀의 대가라고 역설한다. 이 땀이 결국 한국을 위성 대국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믿음이다.
- 아리랑 2호의 현재 상황이 궁금합니다.
"아리랑 2호는 현재 궤도를 정상적으로 운항하면서 매일 항우연 관제국과 교신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우주에 쏘아올릴 때 묻은 먼지를 빼내는 아웃 가스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 작업이 끝나고 몇 번의 테스트를 거쳐 9월 초에는 정상적인 화면을 내보낼 것입니다."
- 아리랑 2호 발사 뒤 심정은.
"발사 현장에 도착해 보니 러시아 연구원들이 더욱 불안해 했습니다. 발사 전날 한국 항공대학 위성을 실은 발사체가 실패하는 등 올해 들어 러시아에서 위성 발사가 세 차례나 실패한 탓이었습니다. 그날은 바람도 많이 불었습니다. 현장에서 불안감을 보이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발사에 성공하고 궤도에 안착한 뒤에는 기쁨에 앞서 안도의 한숨이 먼저 나왔습니다. 러시아 연구원들이 마치 자기일인 양 환호하는 모습이 오히려 기뻤습니다."
- 아리랑 2호 성공의 의미를 부여한다면.
"무엇보다 산업적인 데 가치를 두고 싶습니다. 우주산업은 고부가가치산업인 데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0.5%밖에 되지 않습니다. 국내 기업들의 관심도 거의 없고요. 우주 항공 관련 벤처기업도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이런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7번째로 고해상도 다목적 실용위성을 쏘아올렸습니다. 아리랑 2호의 성공이 우리 우주항공산업의 불씨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 개발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물론 핵심 부품인 카메라를 개발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이스라엘과 공동 개발하는 과정에서 2002년 이라크전이 터져 연구원들을 철수시켜야 하느냐,마느냐로 논란까지 있었습니다. 연구원들이 철수하지 않고 현장에서 방독면을 쓰고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 위성산업이 고부가가치산업이라고 하셨는데 어느 정도 가치가 있습니까.
"자동차가 t당 3만달러이고 컴퓨터는 100만달러에 팔리지만 위성은 t당 1000만달러나 합니다. 같은 무게의 금값과 비슷한 수준이지요. 위성 개발뿐 아니라 위성에서 나오는 각종 영상 자료도 바로 수익원이 될 수 있습니다. 아리랑 2호도 이미 프랑스의 위성 영상 전문업체인 스팟 이미지사에 영상을 판매하기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주문자가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곳을 찍는 주문형 위성영상 한 장당 1000만원 정도에 팔 것입니다."
- 우주기술을 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우주기술은 융합기술의 산실입니다. 전자 통신 화학 컴퓨터공학 의학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의 기술이 접목되고 있습니다. 조선산업이 모든 기술의 결정체라고 하지만 우주기술은 모든 첨단 기술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항우연이 이런 첨단기술을 연구하는 연구소들이 결집돼 있는 대덕연구단지에 자리잡았다는 점은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아리랑 2호의 성공에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한국천문연구원,한국원자력연구소 등 많은 연구소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꼭 성사시키고 싶은 게 있다면.
"현재 선진국은 앞다퉈 위성을 달 궤도에 보내려 하고 있습니다. 달에 위성을 보내는 데에는 엄청난 돈과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일단 위성을 보내고 나면 달의 영토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각국이 달에 관심을 기울이는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우리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달에 위성을 보내는 것을 국가 전략으로 삼을 때가 됐다고 봅니다."
-당장 관심을 쏟을 분야는.
"내년에 우리가 개발한 발사체 로켓으로 전남 고흥 외나로도 우주센터에서 우주로 인공위성을 보낼 계획입니다. 우리 땅에서 우리 발사체로 우리 위성을 쏘아 올리는 첫 작업인 셈이지요. 쏘아 올릴 위성은 무게 100kg급의 저궤도 인공 위성입니다. 현재 약 7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
다목적 실용위성 2호(아리랑 2호)가 러시아 발사장을 향해 대전 항우연을 떠날 때부터 기른 수염이다.
지난달 28일 위성 발사에 성공하고 궤도에 안착하고 나서도 여전히 수염에 손을 대지 않고 있다.
그는 2년 전 이스라엘에서 아리랑 2호 장착 카메라를 개발할 때도 무려 3개월간 면도를 하지 않았다.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는 하나의 '부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수염을 기른다고 그는 설명한다.
항우연 연구원들 중에는 백 원장의 수염과 같은 부적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다. 우주 항공 연구개발은 다른 분야와는 달리 성패가 분명하다. 발사에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실패하면 그동안 쏟아부은 돈과 땀이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만다. 여론도 걷잡을 수없이 나빠지게 마련이다. 모든 비난의 화살이 고스란히 연구원들에게 쏟아지게 된다. 그래서 항우연 방문객들은 이들이 마치 남극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연구원들 만큼 긴장 속에서 연구 생활을 한다고 종종 얘기한다.
백 원장은 아리랑 2호의 탄생은 이 같은 연구원들의 긴장과 땀의 대가라고 역설한다. 이 땀이 결국 한국을 위성 대국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믿음이다.
- 아리랑 2호의 현재 상황이 궁금합니다.
"아리랑 2호는 현재 궤도를 정상적으로 운항하면서 매일 항우연 관제국과 교신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우주에 쏘아올릴 때 묻은 먼지를 빼내는 아웃 가스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 작업이 끝나고 몇 번의 테스트를 거쳐 9월 초에는 정상적인 화면을 내보낼 것입니다."
- 아리랑 2호 발사 뒤 심정은.
"발사 현장에 도착해 보니 러시아 연구원들이 더욱 불안해 했습니다. 발사 전날 한국 항공대학 위성을 실은 발사체가 실패하는 등 올해 들어 러시아에서 위성 발사가 세 차례나 실패한 탓이었습니다. 그날은 바람도 많이 불었습니다. 현장에서 불안감을 보이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발사에 성공하고 궤도에 안착한 뒤에는 기쁨에 앞서 안도의 한숨이 먼저 나왔습니다. 러시아 연구원들이 마치 자기일인 양 환호하는 모습이 오히려 기뻤습니다."
- 아리랑 2호 성공의 의미를 부여한다면.
"무엇보다 산업적인 데 가치를 두고 싶습니다. 우주산업은 고부가가치산업인 데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0.5%밖에 되지 않습니다. 국내 기업들의 관심도 거의 없고요. 우주 항공 관련 벤처기업도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이런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7번째로 고해상도 다목적 실용위성을 쏘아올렸습니다. 아리랑 2호의 성공이 우리 우주항공산업의 불씨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 개발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물론 핵심 부품인 카메라를 개발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이스라엘과 공동 개발하는 과정에서 2002년 이라크전이 터져 연구원들을 철수시켜야 하느냐,마느냐로 논란까지 있었습니다. 연구원들이 철수하지 않고 현장에서 방독면을 쓰고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 위성산업이 고부가가치산업이라고 하셨는데 어느 정도 가치가 있습니까.
"자동차가 t당 3만달러이고 컴퓨터는 100만달러에 팔리지만 위성은 t당 1000만달러나 합니다. 같은 무게의 금값과 비슷한 수준이지요. 위성 개발뿐 아니라 위성에서 나오는 각종 영상 자료도 바로 수익원이 될 수 있습니다. 아리랑 2호도 이미 프랑스의 위성 영상 전문업체인 스팟 이미지사에 영상을 판매하기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주문자가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곳을 찍는 주문형 위성영상 한 장당 1000만원 정도에 팔 것입니다."
- 우주기술을 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우주기술은 융합기술의 산실입니다. 전자 통신 화학 컴퓨터공학 의학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의 기술이 접목되고 있습니다. 조선산업이 모든 기술의 결정체라고 하지만 우주기술은 모든 첨단 기술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항우연이 이런 첨단기술을 연구하는 연구소들이 결집돼 있는 대덕연구단지에 자리잡았다는 점은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아리랑 2호의 성공에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한국천문연구원,한국원자력연구소 등 많은 연구소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꼭 성사시키고 싶은 게 있다면.
"현재 선진국은 앞다퉈 위성을 달 궤도에 보내려 하고 있습니다. 달에 위성을 보내는 데에는 엄청난 돈과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일단 위성을 보내고 나면 달의 영토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각국이 달에 관심을 기울이는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우리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달에 위성을 보내는 것을 국가 전략으로 삼을 때가 됐다고 봅니다."
-당장 관심을 쏟을 분야는.
"내년에 우리가 개발한 발사체 로켓으로 전남 고흥 외나로도 우주센터에서 우주로 인공위성을 보낼 계획입니다. 우리 땅에서 우리 발사체로 우리 위성을 쏘아 올리는 첫 작업인 셈이지요. 쏘아 올릴 위성은 무게 100kg급의 저궤도 인공 위성입니다. 현재 약 7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