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대표들은 10일 노사관계법·제도 선진화방안(노사로드맵)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실패함에 따라 정부가 단독으로 관련 법안의 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다.

노사정 대표들은 노사로드맵 논의 시한으로 정한 이날 제8차 협상을 갖고 핵심 쟁점에 대한 논의를 벌였으나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복수노조 허용,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등 사안이 시급한 이슈들을 중심으로 정부안을 조속히 마련,이달 말께 입법예고를 거친 뒤 9월 정기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이날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열리기 앞서 가진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노사로드맵의 과제 중 몇몇 핵심 과제들은 합의가 어려운 것이 있다"며 "합의가 안 된다면 이달 중순이나 9월 초 입법예고하는 방안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핵심 쟁점인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등에 대해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시행령으로 단일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며 "중소 사업장에 대해서는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유예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38개 논의과제 중 복수노조,전임자임금,대체근로,직권중재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선 심도 있는 논의를 벌이지 못하고 노사간 의견대립이 비교적 적은 22개 조항에 대해서만 어느 정도 의견 절충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의 경우 재계는 노조 스스로 급여를 부담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노동계는 급여 지원을 법으로 금지할 경우 노조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며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맞섰다.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에 대해 재계는 교섭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 창구 단일화를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폈다.

과반수노조 등에 교섭권을 주는 배타적 교섭권제를 도입해야 노노 및 노사 갈등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노동계는 노사가 교섭 대표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맡겨 달라고 주장했다.

배타적교섭제를 하든,노조원 수에 비례해 교섭단을 구성하는 비례대표제를 하든 노사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것이다.

노사정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정부는 단독으로 관련 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할 방침이지만 노동계는 총파업 투쟁으로 정부의 노사로드맵 추진을 저지하겠다고 밝혀 앞으로 입법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한편 이날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노사정 3자가 합의에 실패할 줄 뻔히 알면서 논의를 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노사정대표자회의를 마련할 때부터 합의보다는 만남 그 자체에 의미를 둔 측면이 크다.

겉으로는 합의를 추진키로 했지만 노사 합의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정부가 누구보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동부 고위관계자는 "노사정 대화가 뻔히 깨질 줄 알면서도 회의를 계속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며 "이런 형식과 겉치레식 관행은 빨리 고쳐져야 할 구습"이라고 말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