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속 그린잔디 '최악' … 이달말 정상 찾을듯
요즘 골프장에 가보면 이런 소리를 많이 듣는다.
그린에서 퍼트를 하면 볼은 홀에 턱없이 못 미치기 일쑤다.
세다 싶을 정도로 쳐야 볼이 겨우 홀에 다다른다.
일부 골프장은 그린주변에 선풍기를 틀어놓은 곳도 있다.
왜 그럴까.
국내 골프장 그린 잔디는 대부분 서양에서 들여온 한지형 잔디다.
그 중에서도 '벤트 그래스'가 대부분이다.
벤트 그래스는 기온이 섭씨 22∼26도(봄·가을)일 때 가장 잘 자란다.
요즘같은 폭염에는 생장 속도가 느리다.
봄·가을에 비해 30% 정도밖에 안 자란다.
습기에 약한 특성도 있다.
고온다습한 데다 거의 매일 골퍼들이 밟아대기 때문에 잔디 생육 상태가 최악이다.
그러다보니 함부로 깎지 못하고 자연히 잔디 길이(예고)는 높아질 수밖에 없어 잘 구르지 않는 것이다.
안양베네스트GC 잔디연구소 염주립 박사는 "A급 골프장의 경우 평상시 예고가 3mm 정도 되지만 여름철에는 4mm 정도 된다.
B급 골프장은 4.8∼5.4mm,퍼블릭골프장의 경우 예고가 5.2∼5.7mm로 높아진다"고 말한다.
예고가 높은데다 더위 때문에 물을 뿌리면 그린표면의 수증기가 끓어올라와 볼스피드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염 박사는 "요즘 그린표면의 지온은 42∼50도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일부 골프장은 그린주변에 선풍기를 틀어놓는다.
특히 그린 사방이 산이나 언덕 나무로 둘러싸인 곳이 그렇다.
그린주변 온도를 떨어뜨리고 통풍을 원활하게 해 잔디를 보호하려는 의도다.
안양베네스트(17번홀) 제일(동코스 8번홀) 휘닉스파크(14,15,17번홀) 오크밸리CC 등 상당수 골프장들이 선풍기를 동원했다.
따라서 선풍기가 옆에 있는 그린은 다른 그린보다 더 느리다고 보면 된다.
염 박사는 "벤트 그래스는 8월 초∼8월 중순이 최악의 생육조건이다.
8월 하순쯤 돼야 예고를 좀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염 박사는 여름철에도 그린상태가 괜찮은 골프장으로 동래베네스트 송추 아시아나 캐슬파인CC 등을 꼽았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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