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국산차 판매는 지지부진한 반면 수입차 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다.

올 들어 7월까지 수입차 판매대수는 2만3180대.이 상태라면 지난해 3만대 벽을 돌파한 지 1년 만에 4만대도 돌파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9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수입차 판매가 크게 늘면서 시장 판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일고 있다.

업계는 하반기 관전 포인트로 △렉서스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3강(强)'의 아성 유지 여부 △중저가 차량의 시장 잠식력 △친환경 자동차 시장을 둘러싼 디젤차량과 하이브리드카의 경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계기로 미국 '빅3'의 공세 등을 꼽고 있다.

렉서스·BMW 아성 도전받나

국내 수입차 시장이 21개 브랜드가 레이스를 펼치는 '춘추전국시대'로 들어서면서 BMW 렉서스 메르세데스벤츠의 시장점유율은 매년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2003년 27.9%를 차지하던 BMW의 경우 2004년 23.6%,2005년 18.7%를 거쳐 올 들어선 15.2%까지 추락했다.

렉서스 역시 2004년 22.9%를 정점으로 올해는 15.8%로 떨어졌다.

상위 5개 브랜드의 시장점유율 역시 2003년 78.1%에서 올해는 64.1%로 14%포인트나 하락했다.

수입차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수 브랜드의 독주시대는 끝났다는 설명이다.

3강의 턱밑까지 쫓아온 아우디.2004년 한국법인을 설립한 뒤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올 들어 시장점유율은 11.1%까지 올려놓았다.

폭스바겐은 올 들어 잇달아 선보인 디젤모델이 히트를 치면서 5위로 올라섰다.

올 들어 7월까지 판매 대수는 2088대로 작년 같은 기간(699대)에 비해 무려 세 배나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대중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머지 않은 시기에 중저가 차량이 많은 폭스바겐 등이 렉서스와 BMW의 아성을 누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저가 차량,시장 잠식력은

최근 몇년새 수입차가 대중화되면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중저가 차량 판매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3000만원대 이하 차량 판매 대수는 2003년 126대에서 올 상반기에는 1039대로 급증했다.

전체 수입차 판매에서 3000만원 이하 차량이 차지하는 비중도 0.6%에서 5%대로 올라섰다.

3000만~5000만원대 차량 판매 대수 역시 2003년 연간 4013대에서 올 상반기에는 6214대로 확대됐다.

올해 판매된 수입차 3대 중 1대는 5000만원 이하의 상대적인 중저가 차량인 셈이다.

반면 1억원 이상 차량이 전체 수입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20.3%에서 올 상반기 15.7%로 떨어졌다.

하이브리드-디젤 전쟁은

하반기에 수입차 시장에서 눈여겨 볼 사안 중 하나는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도요타가 다음 달 렉서스 RX400h를 출시하면서 국내에 하이브리드 시대를 열기 때문이다.

혼다코리아도 어코드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과 일본에서 차세대 친환경 차량으로 자리잡은 하이브리드카를 통해 한국의 미래차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반면 푸조 폭스바겐 등 유럽업체들은 디젤차 출시를 확대하며 일본계의 도전을 뿌리친다는 구상이다.

유럽산 디젤차는 뛰어난 연비와 친환경성을 무기로 이미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1260대가 판매된데 이어 올 들어 7월까지 2285대나 팔렸다.

유럽업체들은 시장 선점에 성공한 데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만큼 당분간 '디젤 전성시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차 반격 가시화되나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의 움직임도 하반기 수입차 시장의 관심거리다.

한·미 FTA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이를 계기로 미국계 업체들이 공세를 취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미국 '빅3'의 수입차 시장점유율은 12.3%.그러나 FTA를 계기로 3000만~5000만원대 차량을 대거 들여와 시장 기반을 닦을 경우 향후 몇년 내에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GM코리아는 최근 사장 교체를 계기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브헌드레드 등 3000만원대 중저가 세단으로 인기를 끈 포드의 경우 8% 수준인 관세가 철폐되면 가격인하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