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장기화하면서 레바논에 투자됐던 중동의 오일머니가 터키로 빠져나가고 있다.

레바논 경제도 쑥밭이 돼 버렸다.

로이터통신은 3일 수년간 중동의 관광객과 오일달러 투자가 집중돼온 레바논에서 자금 이탈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이 돈은 상대적으로 정치가 안정되고 금융시장이 발달한 터키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흥시장 전문가인 사이먼 퀴야노-에번즈는 "터키는 중동에 투자되는 자금의 첫 번째 도착지이자 (중동 정세 불안시) 피난처로 간주되고 있다"며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본격화된 지난달 중순 이후 터키 리라화가 6%가량 오른 것도 오일머니의 유입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2001년 9·11 사태 이후 미국의 반(反) 아랍 감정이 악화되면서 나타난 중동 자금의 터키행이 최근 레바논 사태로 더욱 강화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레바논 경제도 엉망진창이다.

베이루트 증시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해 지난달 17일부터 2주간 문을 닫았다.

이어 이달 1일 하루 가격변동폭을 5%로 제한해 거래를 재개했지만 곧바로 4.13%나 폭락한데 이어 2,3일에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공습 이후 현재까지 낙폭은 17%에 달했다.

그나마 언제 또 휴장해야할지 모를 형편이다.

베이루트 증권거래소 파디 팔라프 회장은 "계속 휴장할 수는 없어 일단 재개장을 했지만 사태가 악화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밝혔다.

레바논 내 다리와 도로는 이스라엘의 공습 직후 대부분 파괴됐으며 공항 항만 통신시설 학교 병원 등도 폭격으로 피해를 입었다.

연초 6%대를 바라보던 경제 성장 전망도 지금은 잘해야 2~3%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3일 정례 브리핑에서 "레바논 전쟁이 유가를 부추기는 등 파급 효과를 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세계금융시장을 뒤흔들 정도는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레바논 저항세력 헤즈볼라는 이날 "이스라엘이 베이루트를 공격하면 우리는 텔아비브를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이스라엘은 즉각 "텔아비브가 공격당하면 레바논 사회기반시설을 초토화하겠다"고 맞받아쳤다.

치열한 지상전과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으로 전날 이스라엘군 3명과 민간인 7명이 숨졌다.

레바논측도 현재까지 사망자가 900명을 넘었고 난민도 100만명에 이른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