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짜리 스팀청소기를 개발하는데 4년의 기간과 10억원의 비용이 들었다.

그러나 곧 유사제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품질 차이는 있었지만 중소기업 제품이어서 브랜드의 힘이 없었다.

그는 주부이자 개발자인 자신을 브랜드화하기로 결심했다.

제품 차별화를 위해 스팀청소기에 자기 이름을 붙인 것.이 같은 제품실명제는 주부들의 신뢰를 얻었고 집에서 청소를 안하는 남편들에게도 쉽게 기억됐다.

변변한 유통망이 없었지만 홈쇼핑으로 도약의 계기를 마련,2004년 첫 방송 이후 폭발적인 매출신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홈쇼핑의 파괴력과 독자판매망 없는 중소기업의 성공전략을 동시에 보여준 셈이다.'

생활의 재발견과 아이디어의 승리로 요약되는 한경희 스팀청소기의 성공과정이다.

이처럼 남들이 넘볼 수 없는 무경쟁의 '푸른 바다'를 개척한 15개 기업의 성공보고서가 신간 '블루오션의 거상'(안치용 지음,해바라기)에 담겨있다.

이 책은 21세기 비즈니스의 창해를 비추는 등대 같다.

책에 소개된 주인공은 블루오션에서 성공했거나 도약중인 기업들이다.

이들의 성공 뒤에 숨겨진 1%의 핵심 전략을 살펴보고 그 속에서 새로운 지침을 찾는 게 독자들의 몫.가장 중요한 시각은 '증가''감소''제거''창조'라는 '블루오션 전략'의 네 가지 액션프레임워크(고객만족 수단)를 통해 세부 전략을 짚어보는 것이다.

'증가'(Raise)의 키포인트는 '업계 표준 이상으로 올려야 할 요소는 무엇인가'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과 광동제약의 비타500,한경희 스팀청소기,검색포털 네이버는 자신들의 제품으로 시장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필요성을 느끼지만 미처 존재하지 않던 제품을 개발해 블루오션을 개척한 것이다.

그런데 다른 기업들의 추격은 어떻게 따돌렸을까.

자신들의 핵심 경쟁력인 제품의 질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한 것이 비법이다.

'감소'(Reduce)의 화두는 '업계 표준 이하로 내려야 할 요소는 무엇인가'다.

포크갤러리와 콤마치킨,동방신기·보아,LG전자의 타임머신TV는 그냥 스치는 생각들을 놓치지 않고 아이디어로 연결시킨 케이스.늘 거기 있다고 여겨지는 것들에 핵심을 집중함으로써 성공했다.

'제거'(Eliminate)는 '업계에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요소들 중 없애야 할 것'을 찾는 작업.교보자동차보험과 한국암웨이,키움닷컴이 여기에 해당한다.

당연하다고 여겨진 영업조직을 단순화하고 비용을 절감해 소비자에게 돌려줌으로써 경쟁력을 키운 것이다.

'창조'(Create)에서는 '아직 한번도 제공하지 못한 것들 중 새롭게 만들어내야 할 요소'가 무엇인지를 모색한다.

새벽시장이라는 블루오션을 개척한 장순애 보험설계사,우회상장이라는 방법으로 규모를 키우고 시장에서 먹힐 경쟁력을 키운 팬텀엔터테인먼트,그리고 CDMA와 파이넥스 공법 등이 역발상으로 '창조'를 이룬 대표주자다.

이 책은 또 실패에서 배우는 성공의 원리도 일깨운다.

세계 최초로 타임머신 기능을 탑재한 TV를 개발한 LG전자가 첫 실패에서 주저앉았다면,비타500이 맛과 향의 차별화를 위해 50번의 프러포즈를 거치지 않았다면 지금의 영광은 없었을 것이다.

264쪽,1만2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