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유동성을 해소하기 위한 주요국들의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주식 등 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세계 경기가 둔화돼 국내 경기에도 수출 감소 등의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됐다.

기업들은 자금조달 여건 악화에 대비하고 금융회사들은 부동산가격 하락에 따른 담보가치 감소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일 '글로벌 유동성 축소의 파급 효과' 보고서에서 "미국이 2004년 6월 이후 17차례에 걸쳐 연방기금 금리를 1%에서 5.25%로 인상한 데 이어 세계의 자금 공급원인 일본마저 금리 인상에 동참해 세계적인 유동성 축소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우리나라 수출에 타격을 주고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의 조정 압력도 키울 것"으로 내다봤다.



○'유동성 파티' 마감

정보기술(IT) 버블 붕괴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2001년 이후 전 세계적인 금리 인하가 단행됐다.

이로 인한 과잉 유동성은 자산 가격의 급등을 초래했다.

삼성연은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의 유동성이 추세적 수준을 21.5% 상회할 정도로 과잉 상태"라고 지적했다.

돈이 흘러넘치면서 물가상승 압력도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를 상회했고 일본도 6개월 연속 물가가 올랐다.

석유류와 농산물을 제외한 근원 물가도 올라 인플레이션 기조가 전 세계적으로 고착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에 따라 미국과 EU 일본 등이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전 세계적인 유동성이 빠른 속도로 축소되고 있다.


○자산가격 하락과 경기 둔화

연구소는 미국에 이어 일본마저 점진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세계 외환시장에서 간헐적으로 불안정 국면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전 세계 금융시장에 퍼져 있는 엔화 자금이 일본으로 회귀하면서 신흥 시장국 등의 외환시장 불안정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

주식 시장은 지난 5월 이후 조정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연구소는 진단했다.

엔화 자금이 많이 들어간 터키 아이슬란드 등 일부 국가에서는 주가가 크게 떨어졌고 통화 가치가 급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해까지 활황세를 보였던 세계 부동산 시장도 조정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세계적인 채권펀드 운용회사인 핌코는 주택 및 건설경기 둔화로 미국 경제성장률이 연말까지 2%대로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연율 기준)은 2분기 2.5%로 급락했다.


○유동성 축소에 대비해야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2004년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10조8000억원의 순매도를 보였다.

세계적인 유동성 축소가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 시장도 정부 규제와 금리 상승이 맞물릴 경우 자금이탈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과잉 유동성이 축소되면 장기 추세선 이상으로 상승했던 주택 가격이 추세선으로 회귀하는 압력이 발생한다는 게 연구소의 주장이다.

유동성 축소로 세계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면 한국 기업들의 수출도 줄어들게 된다.

세계 경기에 대한 수출 탄력성은 외환위기 이전보다 두 배 가까이 확대돼 세계경기 둔화가 수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경기의 견인차였던 수출 경기마저 악화될 경우 국내 경기는 침체에 빠질 수 있다.

여기에다 금리까지 오르면 기업 투자가 감소하고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자산감소 효과로 소비마저 위축될 것으로 우려됐다.

연구소는 "과잉 유동성과 금리 수준을 고려하면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상 여지는 남아 있다"며 "그러나 경기둔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또 기업들은 자금 시장이 악화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금융회사들은 담보가치 하락에 대비한 대출 관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