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부산의 기존 항만인 북항을 이용하던 선사들이 대거 부산 신항으로 옮겨감에 따라 북항이 존폐 위기에 처해 있다.

특히 정부가 컨테이너세(稅) 등을 감면해 주면서 신항 활성화에만 몰두하고 있어 북항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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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물량 확보를 위해 북항과 신항 간 제살 깎기식 출혈경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31일 항만업계에 따르면 부산항 자성대부두를 운영하는 허치슨컨테이너터미널은 기항선사인 중동계 UASC가 오는 23일께 신항으로 옮겨간다고 통보해와 비상이 걸렸다.

UASC는 허치슨터미널에서 연간 25만개(20피트 컨테이너 기준)를 처리,허치슨터미널 전체 취급물량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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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치슨터미널 관계자는 "UASC가 계약기간이 내년 7월 말까지인데도 기항지를 신항으로 옮기려 한다"고 말했다.

북항 항만운영 관계자는 "정부가 물량이 늘어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신항 선석을 계속 만들고 컨테이너세를 감면해주는 등 신항 활성화에만 온 힘을 쏟는 것은 북항 죽이기나 마찬가지"라며 "정부는 물량 증가를 봐가면서 신항을 탄력적으로 개발하라"고 촉구했다.

허치슨터미널을 이용하는 현대상선도 신항 남컨테이너 부두 2-2단계 4개 선석의 운영사로 지정돼 2009년 초 신항으로 기항지를 바꿀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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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항 감만부두의 경우도 국내 최대 선사인 한진해운이 2009년 초 북항 대신 신항으로 기항지를 옮길 것으로 예상돼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신항 북컨테이너 2-1단계 4개 선석의 운영사로 지정된 한진해운은 신항으로 옮기는 첫해에 연 200만개 이상의 컨테이너를 처리할 계획이다.

북항의 신선대컨테이너터미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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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선복량(船腹量)을 가진 덴마크 머스크라인은 최근 선대를 개편해 신선대컨테이너터미널을 이용하던 화물을 하역비 등이 30% 정도 싼 광양항으로 옮기고 있다.

한편 올 상반기 부산항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실적은 중국 직기항 등이 늘어나면서 596만4159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593만4150개보다 0.5% 증가하는 데 그쳐 최근 10년새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