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미국 사우스다코다주립대 생화학과 조교수로 임용된 유영제씨(35)는 충남대에서 학사·석사·박사를 한 이른바 '지방대' 출신이다. 그는 2001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주립대에서 박사후 과정(포스트닥)을 밟았다. 유씨는 이때 신 항암제 연구 분야인 광역학과 관련한 논문 47편을 생물화학 등 국제 과학저널에 발표했으며 공동 저서를 포함해 저서만 7권을 펴냈다. 그 결과 세계인명사전에 올랐고 미국 국방부가 주는 우수연구자상도 받았다.

그는 이런 실적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학의 교수 채용 공모에서 몇 차례 고배를 마셨다. 심지어 모교에서도 탈락의 쓴잔을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주변에서는 지방대 출신이라는 그의 배경이 국내 대학의 교수 임용에 걸림돌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씨는 미국 대학에서 자리를 찾아 나섰으며 2004년 포스트닥을 한 뉴욕주립대 연구교수로 발령받은 데 이어 이번에 사우스다코다주립대 조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유씨처럼 지방대 이공계 출신 박사들이 우수한 연구실적 등 오로지 실력으로 외국 대학의 교수로 잇따라 임용받고 있다. 이들은 특히 국내 대학으로부터 교수 임용에서 외면당한 경험 등 지방대 출신이 흔히 겪는 핸디캡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2004년 미국 노스텍사스대 조교수로 발탁된 김은영씨도 지방대 출신. 김씨는 충북대 의류학과에서 학·석사를,충남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시간강사로 대전지역 대학들에서 강의했으나 교수직을 얻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였다. 지방대 출신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김씨는 2001년 도미,노스텍사스대에서 3년 동안 포스트닥을 하며 의류제품 관련 논문을 저명 국제학술지에 7편이나 제출했고 학회마다 참석해 발표를 거듭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노스텍사스대에서 2004년 조교수 자리를 제의해왔다.

전남대에서 학·석·박사를 한 이수경씨는 2004년 생명과학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미국 베일러의대 조교수 자리를 꿰찼다. 이씨는 석·박사 과정을 3년6개월 만에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샌디에이고에 있는 세계적 생명공학연구소인 솔크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3년간 근무했다. 이씨는 이때 생물학 분야 최고 학술지인 셀지를 비롯해 과학저널에 무려 35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씨는 연구기간이 만료되면서 능력을 우선하는 미국에서 자리잡기를 원했고 베일러의대 생명공학부 조교수로 어렵잖게 채용됐다.

인하대에서 학·석사를,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박사를 받은 함동한씨는 근무처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의 탁월한 연구실적을 인정받아 지난해 영국 미들섹스대 전기전산학부 수석 연구조교수로 스카우트됐다. 그는 소프트웨어 공학연구팀장을 맡으면서 컴퓨터 인터페이스 분야 연구논문을 쏟아내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능력보다 학벌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관념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21세기 국가경쟁력의 바탕인 인재,특히 고급 두뇌들의 해외 유출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