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 취임식을 갖는 이장무 서울대 신임 총장(61)은 '대기만성(大器晩成)'형 리더로 평가받고 있다.

학창시절 차분하고 조용한 '모범생'이었지만 교수가 된 이후 서서히 행정능력을 발휘하며 '대학 행정가'로 변신한다.

튀지 않으면서도 금세 상대방의 호감을 살 만큼 편안한 외유내강(外柔內剛) 성격의 소유자라는 게 주위의 평가다.

그의 지인들은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그의 길을 따라 '경기고''서울 공대''교수'출신이 주를 이룬다.

삼성종합기술원 원장 출신인 손욱 삼성SDI 상담역은 이 총장과 매우 친하다.

둘은 경기고(59회)를 나와 서울대 기계과(63학번)를 함께 다녔고 ROTC 동기(5기)이기도 하다.

대그룹 정몽구 회장의 검찰조사시 변호인단에 속해 있던 최경원 김앤장 고문변호사(전 법무장관)도 경기고 동창생이다.

양수길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은 경기 중·고교를 함께 다녔다.

기술표준원 원장과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지낸 김유채씨는 이 총장보다 두살 많지만 서울대 기계과 동기이고 한정빈 전 삼성전기 부사장도 같은과 동기이다.

어윤대 고려대 총장과는 경기고 동창 사이다.

재계에서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외환은행 부행장과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부회장을 지낸 이연수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이 고교 동기들로 서로 친하다.

유상부 현 포스코 상임고문 겸 포항공대 이사장은 서울대 공대 선배(토목과 60학번)이자 ROTC(2기) 선배이고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이 총장의 경기고 1년 후배다. 이런 인연으로 이 총장이 포스코 사외이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배순훈 KAIST(한국과학기술원) 초빙 교수는 이 총장의 경기고 및 서울대 기계과 2년 선배로 자주 연락하는 사이다.

정계에서는 대학총장 출신의 국회의원인 홍창선 의원(열린우리당)이 친한 친구로 꼽힌다.

특히 이 총장은 학창시절부터 '잘 알려진' 집안의 자제여서 경기고 전교생이 모두 이름 석자를 알만큼 유명했다.

역사학자 고(故)이병도 박사(서울대 교수)가 이 총장의 조부이기 때문이다.

이 총장의 동생인 고고학자 이건무씨도 2003년부터 국립박물관장(차관급)으로 일해오고 있다.

이 총장의 부친은 이춘녕 서울대 농생대 명예교수이다.

이 총장까지 포함, 3대가 모두 서울대 교수인 셈이다.

이병도 박사의 손자라는 사실 외에도 동창들이 기억하는 '학생 이장무'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주변에서는 한결같이 '차분하고 반듯한,공부 잘하는 모범생'이라고 입을 모은다.

양수길 원장은 "남들 앞에 나서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자기 일에 무척 성실한 친구였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역시 경기고 동창인 서울대 최창균 교수(응용화학부)도 "키가 작고 덩치가 왜소한 편이라 늘 앞쪽에 앉았는데 인사성이 밝고 메모를 잘 하던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런 이 총장은 서울대 기계과에 입학하면서 '조용한' 리더십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당시 서울대 공대가 관악캠퍼스로 옮기기 전 서울 공릉동 불암산 밑에 위치해 있을 때였다.

그는 매년 열리는 가을 축제(불암제)의 각종 체육대회에 활발하게 참여하더니 3학년에는 아예 기계과 과대표를 맡았다.

서울대 기계과 '6321회'(63년 입학한 21회 졸업생 모임) 회장인 오병창씨(전 대우자동차 전무)는 "점잖은 학자풍인데도 모임에서 은근히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재주가 있었다"며 "술을 그다지 잘 하지는 못했지만 친구들과 잔디밭에서 막걸리를 마실 때에도 분위기만큼은 잘 맞췄다"고 기억했다.

특히 남의 이야기를 잘 듣는 스타일이라는 것은 동창들의 공통된 평가다.

무엇보다 이 총장이 리더십과 행정능력를 높이 평가받게 된 것은 2년 임기의 서울대 공대 학장을 무려 세 차례나 연임하면서 부터다.

경기고 동창인 이승훈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처음 공대 학장에 선출됐을 때 다들 놀랐다"며 "그러나 헌신적으로 일하는 데다 남의 일도 꼼꼼이 점검하는 성격이어서 '능렸있는 일꾼'이라는 인식이 점차 학내에 퍼졌다"고 평가했다.

외부 기금을 조달해 신양학술관 등 연구시설을 신설한 것도 주요 업적으로 꼽힌다.

모든 일에 성실하지만 한 번 파고들면 끝장을 보는 이 총장의 성격은 골프에서도 잘 드러난다.

늦은 나이에 골프를 시작했지만 1년 만에 수준급 '보기 플레이어'가 된 것.그러나 공대학장이 된 이후에는 한동안 골프를 치지 않았다.

어윤대 고려대 총장은 "단대 학장을 세 번 연속 하는 것은 교수사회에서 흔치 않은 일"이라며 "교내 직원들과 동료 교수들에게 큰 기대를 모으는 총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