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할아버지가 전 국민에게 좋은 차를 한 대씩 선물하면 어떨까? 그리고 5년마다 한 번씩 공짜로 우리가 원하는 차로 바꾸어준다면? 이것은 축복일까,저주일까? 물어보나마나다.

1000만원도 넘는 자동차를 공짜로 얻게 되었으니 그만한 축복이 없다.

차 살 돈을 다른 유익한 용도에 사용할 수 있으니 사람마다의 생활이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또 구체적으로 무엇이 될지는 모르지만 그 돈이 흘러들 산업에서는 많은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질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를 만들어서 팔던 사람들은 청천벽력일 것이다.

더 이상 자동차를 만들 필요가 없게 되었으니 근로자들은 직장을 잃을 것이고,자동차 공장이 고철로 변할 테니 투자자들 역시 큰 손실을 입는다.

당연히 그들은 산타의 자동차 선물이 국익을 해치기 때문에 금지해야 한다고 정관계에 반대로비를 펼칠 것이다.

자동차 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유지되고 소비도 살아난다는 이론을 만들어낼 것이다.

십중팔구는 거리로 몰려나가 시위도 벌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다.

소비자들이 공짜 자동차로부터 얻는 이익의 합계는 생산자가 입는 손해보다 항상 훨씬 크다는 것이 경제학의 일관된 주장이자 발견이다.

가장 좋은 것은 자동차는 공짜로 쓰고,자동차 만드는 노력으로 다른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렇게 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이 생겨나지만 그것은 불가피한 성장통으로 여겨야 한다.

자기의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받지 말라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시장을 열어서 외국 생산자들의 싸고 좋은 제품을 들여다 쓰는 것은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공짜 선물과 다를 것이 없다.

개방에 반대하는 것은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에 반대하는 것과 같다.

그것은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옳지 않다.

그런데도 자국 산업을 개방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국익인 것처럼 여겨진다.

어떤 개방협상에서든 다른 나라로부터는 많은 개방약속을 받아내려 하고,자기 나라는 가급적 작게 여는 것을 잘하는 걸로 생각한다.

이번에 도하개발아젠다(DDA)가 무산된 것도 미국과 EU가 서로 자국 농업은 보호하면서 상대방에게만 보호를 줄이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어리석은 태도다.

자국의 산업을 보호한다는 것은 자기 나라 소비자들에게 비싸고 품질 나쁜 제품을 사 쓰라고 강요하는 일이다.

이 때문에 자국 산업 보호는 오히려 국익을 해친다.

어느 나라든 스스로 시장을 여는 것이 국가의 이익이다.

나라마다 소비자의 침묵이 문제다.

소비자들이 개방으로부터 얻는 이익의 합은 굉장히 크지만 그 숫자가 워낙 많고 불특정 다수이기 때문에 이익을 지키기 위해 누구도 나서지 않는다.

소비자 단체까지도 개방의 이익은 옹호하지 않는다.

반면 개방 때문에 손해를 보는 사람들은 이해관계가 구체적이고 단결이 잘되기 때문에 시위도 하기 쉽고,반대로비를 하기도 쉽다.

또 정치인과 시민단체들은 그들의 이익을 옹호해주고 정치적 심리적 지지를 얻어낸다.

한쪽은 침묵하고 다른 한쪽은 적극적으로 행동할 때 대개는 후자가 이긴다.

하지만 그것이 개방할수록 번영한다는 역사적 진실까지 덮지는 못한다.

일찍이 홍콩과 싱가포르가 그랬듯이 스스로 관세를 없애고 나라 문을 활짝 여는 것이 진정 국익을 위하는 길이다.

김정호 자유기업원장 KCH@cf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