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냇물 속 물고기를 보면서 배울 게 있어요.

물고기들은 비가 많이 와서 아무리 물이 불어도 여기를 떠나지 않습니다.

먹을 것이 있기 때문이지요.

사람도 그런 것 같아요.

내가 남에게 무엇인가 줄 게 있으면 그들이 나를 떠나지 않아요.

그게 물질이든 마음이든 말이죠." 해탈문과 천왕문을 지나 희지천을 가로지르는 극락교를 건너던 스님이 다리 아래 희지천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한다.

희지천에는 커다란 비단잉어와 작은 산천어들이 떼를 지어 놀고 있다.

물고기에게 먹이를 던져주며 스님이 한 마디 툭 던진다.

"그러니 남한테 섭섭하고 미운 감정을 내기보다는 내가 그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충남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 마곡사 포교국장 마가 스님(45).

2002년 한ㆍ일 월드컵 이후 백제고찰 마곡사를 템플스테이의 대명사처럼 만든 주인공이다.

마가 스님은 그동안 '자비명상'을 뼈대로 가족,부부,낙태 경험자,이혼 남녀,미혼자,취업대기자,학생,직장인 등을 위해 다양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이 때문에 연중 상설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마곡사의 템플스테이 참가자는 연간 3000명에 이를 만큼 대성황이다.

개인과 가족은 물론 기업체 등의 단체 참가도 줄을 잇고 있다. 스님은 2003년부터 중앙대 겸임교수로서 '내마음 바로 보기'라는 강의를 맡고 있다.

"지금까지 마곡사 템플스테이에 1만명쯤 다녀간 것 같아요. 그만큼 자기가 원하는 인간관계를 맺지 못한 사람이 많은 것이겠지요.

누구나 남으로부터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그게 충족되지 않으니 불평ㆍ불만과 싸움이 나는 겁니다. 남을 인정하고 칭찬해주면 되는데 왜 그렇게 인색한지 안타까워요."

수많은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을 접해본 마가 스님은 "관계형성에 실패한 사람들은 결국 외로움을 느끼고 그 외로움이 쌓여 마음의 병이 된다"고 진단한다.

누군가 조금만 그 아픔을 만져주면 되는데 서로 자기 감정에만 매몰돼 관계가 악화되기만 한다는 얘기다.

마가 스님이 진행하는 '자비명상'은 명상을 통해 그런 감정을 순화시키는 수단이다.

"참선이나 명상은 내가 먼저 밝아지고,그래서 주위도 같이 밝아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어두운 방에 불을 켜면 방이 먼저 밝아지고 그 빛이 밖으로 번지는 것처럼 말이죠.

내면의 응어리가 치유되지 않으면 그놈이 내 눈이 되고 귀가 되어 활동하므로 우리는 거기에 속아 살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마가 스님은 템플스테이에서 참가자들이 자기 안에 든 '덩어리'를 보고 꺼내도록 한다.

자기의 장점을 스스로 찾아내 발표하게 하는 자기긍정 명상,남의 장점을 찾아서 발표하고 서로 공유하는 타인의 장점찾기 명상을 거쳐 저녁이 되면 각자 유서를 작성해 촛불 아래에서 낭독하도록 한다.

그리고 다시 밖으로 나가서 무엇을 할 것인지 세 가지 원을 세워 스스로 선포하게 한다.

또 다음 날이 되면 불상을 모셔놓는 대좌 위에 참가자를 한 사람씩 올라가게 한 뒤 다른 이들이 그의 행복을 기원하면서 3배를 올리도록 한다.

나는 귀하게 태어난 사람인데 정말 귀하게 살고 있는지 살펴보는 자리다. 이 과정에서 내면의 소리에 귀를 연 사람들은 눈물범벅이 되기 일쑤다.

"부인한테 사랑한다는 말 한 번 못한 사람이 너무나 많았어요.

가족 간에도 대화가 없어 외로움만 더해가는 게 현실이지요.

하지만 밖에서 아무리 성공해도 가정의 평화와 행복이 없다면 무슨 소용일까요?

돈은 많아도 내면이 불행하다면 그 삶이 행복할 수 있을까요?"

마가 스님이 부부명상ㆍ가족명상을 강조하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28일부터는 용인 행복선원을 시작으로 구례 화엄사,강릉 성원사,제주 법화사 등 전국의 사찰을 돌며 2박3일 일정으로 '가족을 위한 자비명상' 템플스테이를 지도한다.

9월에는 '스님을 위한 자비명상 지도자 과정'을 개설하고 'CEO를 위한 명상강좌'도 운영할 예정이다.

마가 스님은 "그동안 숱한 기업들이 마곡사에서 단체연수를 했는데 회장과 말단 직원이 함께 와서 서로 3배를 하고 등을 두드리며 한 가족이 된다"며 "노사분쟁도 이렇게 하면 금세 풀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스물한 살 때 도선사에서 현성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마가 스님은 "내가 먼저 웃을 때 내 가정에 꽃이 피고,수행도 사업도 내가 먼저 웃을 때 잘 된다"면서 긍정적인 사고를 강조했다.

그 자신도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라고,출가한 뒤에도 한동안 마음 깊은 곳에서 원망과 미움을 털어내지 못해 고통스러웠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마가 스님은 "알면서도 행하지 않으면 머리만 아프지만 실천하면 '아하,이런 것이구나!'하는 증득이 온다"며 '벽암록'의 한 구절을 들려준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절정의 날,가장 귀중한 날은 언제인가.

바로 오늘,지금 여기다.

어제는 지나간 오늘이요 내일은 다가오는 오늘이다.

그러므로 오늘 하루를 이 삶의 전부로 여기며 살아야 한다.'

공주=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