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역 건설노조의 포스코 본사 불법 점거 사태가 엊그제 막을 내렸다.

불법파업을 주도한 노조 간부들이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지만 이들이 어떻게 처리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정부의 의지에 따라 처벌받을 대상자가 많을 수도 있고,적을 수도 있다.

정부와 포스코측은 "불법 점거 주동자와 폭력 행사자에게 법과 원칙에 따라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전례에 비춰보면 처음에는 서슬퍼런 법의 칼날을 휘두를 것처럼 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슬그머니 칼을 거두어 온 게 사실이다.

실제로 2004년 11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조합원 3000여명이 불법파업을 벌였을 때 정부는 참가자 전원을 파면 또는 해임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용두사미로 끝나버렸다.

전체 징계 대상자 2605명 가운데 소청심사위원회를 거치면서 대부분 구제돼 실제로 파면 또는 해임된 노조원은 400여명에 불과했다.

더욱이 해고자들은 법원에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해 70% 이상이 해고무효 판결을 얻어낸 상태다.

철도공사는 지난 3월 불법파업을 벌인 노조원 2244명을 직위해제하고 손실액 200억원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지만 실제로는 19명만이 파면·해임됐고 117명이 정직,19명이 감봉·견책 등을 받았다.

그나마도 해임·파면자는 각각 3년과 5년이 지나면 모두 복직될 수 있도록 내부 규정이 돼 있어 노조로서는 불법파업으로 제재를 받더라도 겁을 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민간 기업도 마찬가지다.

불법파업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만 회사측에서 이면합의를 해주지 않으면 노조가 파업을 풀지 않다 보니 회사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없었던 일로 해주는 경우가 많다.

회사는 파업기간에 대해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철저히 적용해야 하지만 노조가 협상 타결을 조건으로 타결축하금 등을 제시하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악습이 되풀이되고 있다.

결국 노조가 불법파업을 벌여 엄청난 손실을 입혀도 커다란 부담을 지지 않기 때문에 불법파업을 밥먹듯이 벌이는 것이다.

선진국은 어떠한가.

일단 불법파업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적법 절차를 거친 파업도 연례행사처럼 되풀이하는 경우는 드물다.

파업을 결행하면 노조원의 임금을 노조기금에서 대신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파업 돌입을 신중하게 결정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시의 대중교통노조가 불법파업을 벌였을 때 뉴욕시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도 즉각 심리에 착수해 노조에 파업 하루당 100만달러의 벌금을 물렸다.

법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파업일수 하루당 이틀치의 임금을 벌금으로 내도록 명령했다.

노조는 법원의 경제제재조치 명령 즉시 파업을 거둬들였고 뉴욕시 교통은 곧바로 정상을 찾았다.

법과 원칙을 적용함으로써 노조의 불법을 조기에 중단시킨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불법파업은 정부와 기업의 관용과 묵인,그리고 버티면 얻어낼 수 있다는 노조의 '무대뽀'가 어우러져 빚은 결과다.

따라서 이 땅에 제2,제3의 포스코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불법파업에 대해 법과 원칙을 엄정하게 적용하는 길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