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직원으로부터 "투자자를 모집해 달라"는 제안을 받고 투자를 주선하고 사례금을 받은 것은 금융기관 임직원의 직무와 관련된 행위의 알선을 금지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제7조)상 알선수재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증권투자상담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안 모씨는 한누리증권사 직원으로부터 우리은행이 공개입찰하는 하이닉스 출자전환주식 투자자를 모집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과거 동료이자 증권사 직원인 김 모,임 모씨 및 회사대표 이 모씨를 통해 투자자 박 모,황 모씨를 소개받고 투자를 권유했다.

안씨와 이씨 등은 주식을 저가에 낙찰받게 해준 대가로 투자자들로부터 모두 13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특경가법상 알선수재)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1500만원에 징역 2년(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전원 무죄를 선고한 원심(항소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알선'은 반드시 알선 의뢰인(이 사건의 경우 투자자)이 먼저 제안해야 성립하는 게 아니라 알선 행위자(피고인)가 미리 물색,협상한 거래를 제안받고 그 대가 지급을 수락하는 방식으로도 이뤄질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인들이 투자자로부터 알선대가로 돈을 받은 이상 한누리증권이 투자자보다 먼저 피고인들에게 주식매매 거래의 알선을 의뢰하였는지와 관계없이 피고인들의 행위는 알선수재죄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금품을 건넨 사람(투자자)은 알선을 의뢰하는 지위에 있지 않기 때문에 금품수수 행위를 처벌할 필요성도 없다"며 "그런 행위를 처벌하면 오히려 금융기관이 주체가 되는 사적 거래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