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땅을 통틀어 경작이 가능한 곳은 나일강 유역과 델타 지역 등 전체의 4%에 불과하다.

거대 문명 탄생의 밑거름이 됐다고 보기에 대부분의 이집트 땅은 너무나 척박하다.

그렇기에 이집트 문명은 전적으로 '나일강의 선물'이다.

강이 수시로 범람하며 만들어 준 비옥한 땅은 작은 면적으로도 많은 식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소산물을 만들어 냈다.

사람들은 이집트에 예전부터 농경 문화가 발달했다고 생각하곤 한다. 맞는 말이다. 고대 로마 사람들은 이집트를 '세계의 빵 공장'이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집트 상인들의 활약도 그에 못지않았다. 머나먼 오스트레일리아 땅에서도 이집트 유물들이 발굴됐다는 사실은 고대 이집트 무역상들의 활동 무대가 홍해에서 남태평양까지 이르렀음을 일러 준다. 기원전 3000년께 이집트 상인들이 돌로 된 평판에 그들이 판매할 물건의 목록을 새긴 '스텔레(Stelae)'를 큰길 따라 세워 뒀다는 기록도 있다.

서울 이태원 소방서 맞은 편에 있는 이집트 음식점 '알리바바'의 칼리드 알리(Khalid Ali) 사장(38)은 자신도 이집트 상인의 기질을 이어받았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친인척 한 명 없는 외국에서 장사할 만한 배포를 가진 당당한 태도가 인상적이다.

사진 기자의 렌즈가 다가가도 전혀 당황하거나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다. 이집트 카이로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알리씨는 몰타·이탈리아·독일 주재 이집트 대사관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12년 전 한국에 와 7년 동안 주한 이집트 대사관에서 일하다가 그만두고 음식점을 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이 이집트 고대 문명에 대해선 관심이 많지만 현재 이집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은 거의 모르고 있다는 데서 '이집트 음식점'을 착안했다. "당시 한국에 이집트 음식점이 한 군데도 없다는 걸 알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집트 식당을 흔히 찾아볼 수 있는데 말이죠." 이집트에서 경영학 외에 호텔 관리와 요리에 관한 자격증을 딴 것도 사업의 밑거름이 됐다.

처음 식당을 시작했을 때는 하루에 두 시간도 채 자지 못했다고 한다. 혼자서 요리와 가게 운영을 다 맡아야 했기 때문이다. 밤 늦게 식당 문을 닫으면 새벽까지 다음날 나갈 음식 재료를 준비하기에 바빴다.

그의 가게에서 인기 있는 음식은 '팔라펠(Falafel)'과 '후무스(Hummus)'. 이집트에서 가장 보편적인 음식이다. '후무스'는 병아리 콩과 참깨를 갈아서 마늘·향신료를 넣어 만든 소스이고 '팔라펠'은 병아리 콩과 각종 향신료를 섞은 뒤 완자처럼 동그랗게 만들어 튀긴 음식이다. '피타(Pitta)'라는 둥그렇고 얇은 빵에 팔라펠과 후무스를 함께 넣어 쌈 싸듯이 먹는다.

팔라펠과 후무스는 엄밀히 말하면 아랍권 국가 전역에 퍼져 있는 이슬람 음식이다. 오스만 제국이 이집트를 점령하면서 전한 것이라고 한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전 총리가 즐겨 먹다 비만에 이르렀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흔히 아랍 음식은 독한 향신료를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냄새가 자극적이지 않다. 팔라펠은 오로지 야채로만 만든 것인 데도 먹고 나니 고기를 먹은 듯한 포만감이 느껴진다.

알리씨는 알리바바 근처에 이집트식 포장마차도 열 생각이다. 전통 이집트 음식점인 알리바바와 달리 포장마차에서는 퓨전 음식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는 이집트와 한국을 오가는 무역 사업도 하고 있다. "이집트 사람들은 한국인들을 굉장히 현명하고 지혜로운 민족으로 생각한다"고 알리씨는 말한다. 한국의 빠른 경제 성장을 부러워한다고도 했다.

그는 "이집트는 정치가 혼란스러워 경제 발전을 이루기엔 아직 부담스러운 상황이죠. 하지만 곧 해결될 것으로 믿습니다"라며 낙천적인 웃음을 지어 보였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