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민 2천300여명 아수라장 방불 ‥ 주요 도로 이틀째 기능 마비

지난 15일부터 강원 전역에 400㎜가 넘는 집중폭우로 29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도로 곳곳이 끊겨 사상 초유의 교통대란이 빚어지는 등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또 시간당 80㎜의 집중 폭우로 주택 1천91채가 침수 또는 파손돼 2천378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낙석 및 토사 유출로 영동고속도로를 비롯한 도로 47곳이 끊겨 차량 통행이 통제돼 제헌절 연휴를 맞아 동해안을 찾은 피서객들이 발길이 묵이는 등 이틀째 도로 마비 사태에 따른 교통대란이 빚어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상수도 시설이 파손돼 식수난을 겪고 있으며 전기와 전화, 통신회선도 끊겨 극심한 불편을 겪고 있다.

◇사망.실종 등 인명피해 = 강원도 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현재 인제와 평창지역 주민 12명이 폭우 등으로 숨지고 17명이 실종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역 별로는 316㎜의 비가 내린 인제가 사망 5명, 실종 15명으로 집계됐고 366㎜의 비가 내린 평창에서는 사망 5명과 실종 2명, 영월 사망 2명 등이다.

이와 함께 인제군 한계리 2리와 3리 주민 170여명이 불어난 강물에 고립됐으며 설악산 국립공원 장수대와 옥녀탕 부근에서 등산객 120여명이 고립돼 애타게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또 설악산 일대 관광객과 주민 810여명이 44번 국도 양양~오색 구간 침수피해로 교통이 두절된 채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

◇교통 두절 = 이틀째 폭우가 내린 강원지역에서는 영동고속도로 등 고속도로 3곳, 국도 20곳, 지방도 24곳 등 모두 47곳의 끊긴 가운데 현재 21곳의 도로가 전면 또는 부분 통제되고 있다.

이날 폭우로 침수 및 토사유출 피해가 난 도로는 모두 47곳으로 이 중 영동고속도로 평창 진부IC, 장평IC 등 18곳은 전면통제되고 있고 13곳은 부분 통제되고 있다.

특히 영동고속도로와 미시령, 한계령, 진부령 등 강원 영서와 영동지역을 연결하는 주요 도로 대부분이 전면 통제되면서 제헌절 연휴를 맞아 동해안으로 피서길을 떠났던 피서객들의 발이 묶이는 등 교통 대란이 빚어지고 있다.

또 지방도는 양구 동면 팔랑리 453번 지방도, 화천군 해산터널~양구 방면 461번 지방도, 영월 주천면 82번 지방도, 평창 봉평 408번과 평창 진부 456번 지방도, 정선군 6번과 9번 군도 등이 전면 통제되고 있다.

이밖에 지난 15일 오후 3시 30분께 정선군 남평리 인근 정선역~나전역 구간 100여m가 침수 피해를 입어 정선역~아우라지역을 잇는 15㎞ 구간 정선선 철도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주택침수, 농경지 피해= 많은 비가 내리면서 가옥 1천5채가 침수되는 등 모두 1천91채의 주택 피해가 났다.

이로 인해 강릉, 횡성, 평창, 철원, 양구, 양양 등 10개 시.군 948가구 2천378명의 주민들이 집을 잃고 이재민 생활을 하고 있다.

이밖에 춘천 사평천과 양구 한세골천, 양구 방산면 수입천, 양구 만대골천 등 하천과 소하천 42곳의 제방이 유실됐다.

또 저지대 농경지 833㏊가 침수되는 등 1천9㏊의 농작물 피해가 났고 축사 2동이 침수됐다.

◇상수도.전기.전화도 끊겨 = 강원 북부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전기와 전화, 통신시설 피해도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인제군 덕산정수장과 인제읍 고사취수장이 매몰되고 기린면 현리취수장과 남면 부평 취수장시설이 유실되거나 전기 단전 등으로 급수를 하지 못해 인제읍과 북면 남면 기린면 일대 4천여 가구 1만5천900명의 주민들이 식수난을 겪고 있다.

또 평창지역에서도 평창취수장 등 6곳이 침수 또는 유실돼 일부 주민들이 식수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밖에 인제, 평창, 정선, 양양 등 7개 지역에서는 산사태와 도로 유실로 4만5천344가구에 정전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2만8천161가구는 응급 복구가 이뤄지지 않아 어둠 속에 밤을 지샜으며 인제, 평창 등 5개 시군 5천173가구는 유선전화가 불통이다.

◇기상상황.댐 수위조절 ='호우 비상'이 풀리지 않은 강원 지역에 16일에도 최고 250㎜ 정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됨에 따라 북한강 수계 주요 댐들이 방류량을 늘리며 수위 조절에 들어갔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14일부터 16일 오전 9시 현재까지 누적강수량은 횡성 청일 403.5mm, 평창 진부 366㎜, 정선 317㎜, 인제 316㎜, 홍천 319㎜, 삼척 237.5㎜, 춘천 254.5㎜, 강릉 252㎜의 비가 내렸다.

이 같은 집중호우로 한강수력발전처 화천댐의 경우 오전 9시 현재 수위가 176.87m로 제한수위 175m를 넘어서자 방류량을 늘려 초당 1천417t를 쏟아 내고 있다.

춘천댐 수위도 제한수위(100.02m)를 조금 넘는 100.64m로 올라가 초당 2천666t을 방류하고 있고, 의암댐과 청평댐 수위도 각각 70.08m, 49.74m로 거의 제한 수위까지 육박해 각각 초당 3천737t, 9천262t을 하류로 흘려보내고 있으며, 팔당댐도 초당 1만8천969t을 방류하고 있다.

소양강댐의 경우 현재 수위가 181.95m로 제한수위 185.52m까지는 아직 4m 가량 여유가 있으나 다시 상류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돼 기상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임보연 이재현 기자 jlee@yna.co.kr